[SC 페이퍼진] 시네마 오디세이 : 전우치
입력 : 2010.01.11 08:49
| 캐릭터의 충돌이 빚어내는 불협화음 |
'전우치'(감독 최동훈)는 캐릭터의 개성이 돋보이는 영화다. 한량이자 악동인 도사 전우치(강동원)의 천방지축 기행이 핵심이다. 전우치의 몸짓 하나, 대사 한 마디로 스크린은 파도처럼 출렁거린다.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물론 강동원이라는 배우의 스타성을 감안한 전략일 것이다.
전우치는 천관대사(백윤식)의 망나니 제자다. 궁궐에서 둔갑술로 임금을 속여 소동을 일으킨다. 박물관에 전시된 그림에 봉인돼 있다가 500년만에 풀려나서는 신기한 서울 구경에 바쁘다. 또 옛날에 보쌈했던 과부와 똑같이 생긴 서인경(임수정)에게 반해 사랑놀음에 빠진다. 그 사이사이 부적을 날리고 빌딩을 오르내리는 도술을 부리며 화담(김윤석)과 일대 결전을 벌인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능글맞다.
영화는 전우치의 변화무쌍한 행동을 충실하게 따라간다. 본래 개이면서 말, 사람으로 변신하는 초랭이(유해진)와 중-무당-스님으로 은둔생활을 하던 신선 3총사(송영창-주진모-김상호)의 좌충우돌이 보조를 맞춘다. 당대 최고의 도인 천관대사와 화담이 무게중심을 잡아준다. 각 배우들의 연기는 흠잡을 데 없고, 적재적소에서 터지는 입담은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낸다. 그래서 유쾌하고 재미있다.
영화는 고전소설 '전우치전'을 바탕으로 한다. '전우치전'은 조선 선조 때의 실존 인물을 소설화한 작품이다. 전우치는 도술을 부리고, 임금을 조롱하고, 도적을 다스리면서 선행을 베푼다. 그는 역적 누명을 쓰고 처형되기 직전 그림 속으로 사라진다. 이후 자신을 음해한 자들을 골탕먹이다가 화담의 도술에 굴복해 제자가 된다. 결국 태백산에 들어가 도를 닦는다.
'전우치전'은 조선시대 지배질서에 대한 민중들의 비판과 조롱을 담고 있다. '홍길동전'의 아류작이다. 공교롭게도 지난달에는 '홍길동전'을 원작으로 한 '홍길동의 후예'가 개봉됐다. 하지만 고전소설의 영화화가 어떤 흐름을 형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소설과 영화의 주제의식도 다르다. 두 편의 소설은 당대 사회에 대한 비판과 풍자를 담고 있다. 반면 영화는 시대 문제와 정면으로 부딪치지 않는다. 특히 '전우치'는 사회성을 철저하게 탈색했다. 대신 현란한 볼거리와 코믹함을 양념으로 얹었다. 그런데 그 양념의 향료가 너무 진해서 재료의 맛을 거의 느끼기 힘들 정도다.
'전우치'의 비중있는 조연 초랭이와 신선 3총사는 코믹연기로 일관한다. 전우치도 진지함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건들거리면서 거리를 배회한다. 그래서 영화는 내내 시끌벅적하다. 땅에 뿌리내리지 못한 잔디처럼 들떠 있다. 코미디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각 캐릭터의 개성을 살리는데 몰두해서일까. 이야기의 짜임새는 상대적으로 허술하다.
'전우치'는 원작소설과 캐릭터 성격이 다르다. 주제의식이 변했다. 사실 이건 문제가 안된다. 화면은 충분히 현란하다. 담장과 빌딩에서의 결투 신은 다이내믹하다. 컴퓨터 그래픽도 수준급이다. 강동원의 귀여운 악동 연기도 기대 이상이다. 하지만 '전우치'는 비슷한 캐릭터들이 계속 충돌하면서 불협화음을 내고, 헐거운 스토리 연결로 인해 계속 부유한다.
널리 알려진 혹은 이미 존재한 인물을 재해석하는 작업은 어렵다. 이는 '전우치'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이 리치 감독의 '셜록 홈즈'도 똑같은 고민과 숙제를 떠안고 있음을 보여준다. 둘 다 주인공의 성격을 180도 바꿨다.
'셜록 홈즈'는 추리소설 사상 최고의 명탐정으로 꼽히는 셜록 홈즈를 스크린으로 불러낸다. 그 방법이 파격적이다. 혀를 내두르게 하는 지식, 관찰력, 추리력으로 사건을 풀어가는 탐정의 모습은 찾기 힘들다. 대신 액션 히어로 같은 탐정의 모습을 강렬하게 부각시킨다. 런던의 타워 브릿지에서 벌어지는 대결 신처럼 볼거리도 많다. 하지만 셜록 홈즈의 팬들은 당황스럽다. 홈즈는 몸이 아니라 머리로 사건을 해결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영화가 너무 나간 것이다.
0'전우치'는 '셜록 홈즈'보다 부담이 적었다. 캐릭터의 성격을 바꾸고 재해석하는 과정도 비교적 자유로웠다. 덜 유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캐릭터 변주가 그리 성공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전반적으로 혼란스럽다. 가장 큰 이유는 각 캐릭터의 역할 분담과 강약 조절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동훈 감독이 '범죄의 재구성', '타짜'에서 보여준 스토리 전개의 밀도를 기대하면서 영화를 본 탓도 있을 것이다.
< 기획취재팀ㆍdada@sportschosun.com>
전우치는 천관대사(백윤식)의 망나니 제자다. 궁궐에서 둔갑술로 임금을 속여 소동을 일으킨다. 박물관에 전시된 그림에 봉인돼 있다가 500년만에 풀려나서는 신기한 서울 구경에 바쁘다. 또 옛날에 보쌈했던 과부와 똑같이 생긴 서인경(임수정)에게 반해 사랑놀음에 빠진다. 그 사이사이 부적을 날리고 빌딩을 오르내리는 도술을 부리며 화담(김윤석)과 일대 결전을 벌인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능글맞다.
영화는 전우치의 변화무쌍한 행동을 충실하게 따라간다. 본래 개이면서 말, 사람으로 변신하는 초랭이(유해진)와 중-무당-스님으로 은둔생활을 하던 신선 3총사(송영창-주진모-김상호)의 좌충우돌이 보조를 맞춘다. 당대 최고의 도인 천관대사와 화담이 무게중심을 잡아준다. 각 배우들의 연기는 흠잡을 데 없고, 적재적소에서 터지는 입담은 시종일관 웃음을 자아낸다. 그래서 유쾌하고 재미있다.
영화는 고전소설 '전우치전'을 바탕으로 한다. '전우치전'은 조선 선조 때의 실존 인물을 소설화한 작품이다. 전우치는 도술을 부리고, 임금을 조롱하고, 도적을 다스리면서 선행을 베푼다. 그는 역적 누명을 쓰고 처형되기 직전 그림 속으로 사라진다. 이후 자신을 음해한 자들을 골탕먹이다가 화담의 도술에 굴복해 제자가 된다. 결국 태백산에 들어가 도를 닦는다.
'전우치전'은 조선시대 지배질서에 대한 민중들의 비판과 조롱을 담고 있다. '홍길동전'의 아류작이다. 공교롭게도 지난달에는 '홍길동전'을 원작으로 한 '홍길동의 후예'가 개봉됐다. 하지만 고전소설의 영화화가 어떤 흐름을 형성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소설과 영화의 주제의식도 다르다. 두 편의 소설은 당대 사회에 대한 비판과 풍자를 담고 있다. 반면 영화는 시대 문제와 정면으로 부딪치지 않는다. 특히 '전우치'는 사회성을 철저하게 탈색했다. 대신 현란한 볼거리와 코믹함을 양념으로 얹었다. 그런데 그 양념의 향료가 너무 진해서 재료의 맛을 거의 느끼기 힘들 정도다.
'전우치'의 비중있는 조연 초랭이와 신선 3총사는 코믹연기로 일관한다. 전우치도 진지함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건들거리면서 거리를 배회한다. 그래서 영화는 내내 시끌벅적하다. 땅에 뿌리내리지 못한 잔디처럼 들떠 있다. 코미디를 보는 듯한 느낌마저 준다. 각 캐릭터의 개성을 살리는데 몰두해서일까. 이야기의 짜임새는 상대적으로 허술하다.
'전우치'는 원작소설과 캐릭터 성격이 다르다. 주제의식이 변했다. 사실 이건 문제가 안된다. 화면은 충분히 현란하다. 담장과 빌딩에서의 결투 신은 다이내믹하다. 컴퓨터 그래픽도 수준급이다. 강동원의 귀여운 악동 연기도 기대 이상이다. 하지만 '전우치'는 비슷한 캐릭터들이 계속 충돌하면서 불협화음을 내고, 헐거운 스토리 연결로 인해 계속 부유한다.
널리 알려진 혹은 이미 존재한 인물을 재해석하는 작업은 어렵다. 이는 '전우치'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이 리치 감독의 '셜록 홈즈'도 똑같은 고민과 숙제를 떠안고 있음을 보여준다. 둘 다 주인공의 성격을 180도 바꿨다.
'셜록 홈즈'는 추리소설 사상 최고의 명탐정으로 꼽히는 셜록 홈즈를 스크린으로 불러낸다. 그 방법이 파격적이다. 혀를 내두르게 하는 지식, 관찰력, 추리력으로 사건을 풀어가는 탐정의 모습은 찾기 힘들다. 대신 액션 히어로 같은 탐정의 모습을 강렬하게 부각시킨다. 런던의 타워 브릿지에서 벌어지는 대결 신처럼 볼거리도 많다. 하지만 셜록 홈즈의 팬들은 당황스럽다. 홈즈는 몸이 아니라 머리로 사건을 해결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영화가 너무 나간 것이다.
0'전우치'는 '셜록 홈즈'보다 부담이 적었다. 캐릭터의 성격을 바꾸고 재해석하는 과정도 비교적 자유로웠다. 덜 유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캐릭터 변주가 그리 성공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전반적으로 혼란스럽다. 가장 큰 이유는 각 캐릭터의 역할 분담과 강약 조절이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동훈 감독이 '범죄의 재구성', '타짜'에서 보여준 스토리 전개의 밀도를 기대하면서 영화를 본 탓도 있을 것이다.
< 기획취재팀ㆍdad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