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행복하다는데… 왜 눈물이 날까

서울 종로구 서린동 아트센터 나비가 올해 처음으로 마련한 전시는 동화를 미디어아트로 재해석한 《행복한 왕자》다.

오스카 와일드의 동화 '행복한 왕자'는 자신의 보석을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버림받았지만 천국에 들어간 왕자와 제비의 이야기다. 아트센터 나비는 따뜻한 동화를 통해 미디어아트와 다른 장르를 버무렸다.

전시장에는 '행복한 왕자'의 이야기를 보여주는 다양한 오브제가 놓여 있다. 무대예술가 이영란씨는 주워온 나뭇가지와 한지(韓紙)를 이용해서 2개월 넘게 왕자를 비롯해 다양한 오브제를 제작했다. 황량해 보이는 앙상한 나뭇가지로 만든 왕자의 모습은 뜻밖의 실체감과 함께 여운을 남긴다. 금세 흩어져버릴 연기(煙氣) 같기도 하고 혼령 같기도 한 모습이 각인된다. 대로(大路)를 향한 유리창에 붙은 왕자의 실루엣은 고적하면서도 뭉클한 무언가가 느껴진다. 손맛이 묻어나는 오브제 하나하나마다 이야기가 깃들어 있다.

이씨가 만든 오브제에 미디어 아티스트 한계륜씨가 디지털 영상을 비춘다. 제비가 꿈꾸던 남쪽나라에 바람이 불고 모래가 날리는 사막을 연출한 것은 미디어아트의 몫이다. 왕자의 얼굴에 있던 사파이어 눈도 디지털 영상으로 표현된다. 2차원의 정적인 평면에 비치는 디지털 영상이 묘한 조화를 보여준다. 한지로 만든 남쪽나라는 극지(極地)에 쌓인 흰 눈 같기도 하고 피라미드 같기도 하다. 연극배우 서주희씨는 지난 7일 오후 열린 개막공연에서 내레이션을 맡았다. 이 공연에서는 목각 인형이 등장해 관객에게 행복한 왕자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어렵고 차갑게 느껴지는 미디어아트가 행복한 왕자라는 따뜻한 이야기를 입으면서 가까우면서 새롭게 다가온다. 아트센터 나비의 노소영 관장은 "미디어아트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서로 소통하는 것"이라면서 "미디어아트도 한 장르에 갇혀 있지 않고 다른 장르들과 융합하면서 소통하고 커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시 관람은 무료이며 2월 26일까지 이어진다. 주말과 공휴일은 휴관한다. (02)2121-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