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파문(波紋)의 한 수

〈제3보〉(38~46)=프로기사들에겐 저마다 인연 깊은 기전과 유난히 불운한 기전이 존재한다. 최철한에게 LG배는 8강조차 이번이 처음일 만큼 서로 비켜갔던 무대. 반면 잉씨배에선 2회 연속 결승에 오를 정도로 '주파수'가 일치했다. 2005년 결승서 창하오(常昊)에게 패해 혹심한 슬럼프를 겪고도 작년 6회 때 다시 결승에 진출, 이창호를 제물로 기어이 정상을 정복한 것. 잉씨배가 4년제 대회란 사실까지 감안하면 보통 인연이 아니다.

38로 침착히 귀를 지켰다. 실리로도 크거니와 좌변 흑진 침투의 맛을 노리는 법수. 이에 흑은 39, 41로 일관되게 좌변 흑세 확장에 주력한다. 42는 어땠을까. "좌변 키운다고 다 네 집 되냐?"는 무언의 시위이자 자신감의 표출이다. 하지만 참고도 1로 흑세를 삭감할 기회였다는 지적이 나왔다. 흑2, 4의 공격은 5까지 벗어날 수 있다.

43, 44의 교환은 부분적으론 악수의 의미가 있으나 45로 울타리 치기에 앞서 수단의 여지를 미리 봉쇄한 것. 여기서 문제의 46이 터졌다. 상대 응수에 따라 활용하려는 의미로 해석하기엔 지나치게 깊은 침입이다. 50수도 안 돼 던져 넣은 이 자그마한 백돌 하나는 361칸 거대한 대양(大洋)을 이 바둑 끝까지 출렁이게 만든 파문(波紋)의 한 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