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으로 태어난… 사경(寫經)·장신구의 장엄함

금과 은은 신분과 권력을 상징하는 소재이기도 했다. 조선시대 비녀·떨잠·노리개 등 다양한 장신구, 청동 표면에 홈을 파고 은선을 박아 넣은 은입사(銀入絲)기법으로 만든 각종 생활용품에서 높은 품격이 느껴진다.

고미술 전문 컬렉션으로 유명한 호림박물관은 이례적으로 이번 특별전에서는 현대미술과의 접목을 시도했다. '금과 은' 메인 전시를 지나면 설치미술작가 지니 서의 개인전인 'Metal Soundscape-울림'이 이어진다. 금속·소리·공간을 주제로 기획된 전시로 철조망으로 분할된 공간에서 고미술과 현대미술이 묘하게 만난다. 전시는 3월 28일까지. 관람료 8000원.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은 무료 관람이다. (02)541-3523~5.

 

찬란한 금빛·은빛 유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해 서울 강남에 문을 연 성보문화재단 호림박물관(관장 오윤선) 신사분관이 2010년 첫 전시로 《영원을 꿈꾼 불멸의 빛, 금과 은》을 12일 개막했다. 금과 은을 활용해 제작한 불교 사경(寫經)과 불상을 비롯한 국보 1점과 보물 9점이 공개되며, 5~6세기 신라의 금제 귀걸이 1쌍 등 장신구와 불교 용구, 생활용품 등 100여점이 선보인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불상과 각종 사경들이다. 예부터 금과 은은 불교의 세계를 화려하고 장엄하게 표현하는 데 탁월한 소재였다. 사경은 금가루나 은가루를 개어 한 글자 쓰고 한 번 절하는 '일자일배(一字一拜)'의 정성으로 부처님 말씀을 옮겨 쓴 것이다. 국보 211호 백지묵서묘법연화경(白紙墨書妙法蓮華經)은 불교의 대표 경전인 '묘법연화경'을 흰 닥종이에 먹 글씨로 베껴 쓴 것으로 1~7권까지 전권이 전시됐다. 각 권 첫머리에 책의 내용을 요약해 묘사한 '변상도(變相圖)'가 금색으로 세밀하게 그려져 있다.

보물 752호 감지금니대방광불화엄경보현행원품(紺紙金泥大方廣佛華嚴經普賢行願品) 권34의 변상도는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행원품의 내용을 요약·묘사한 그림을 쪽물을 들인 종이 위에 금가루로 그렸다. 14세기 고려시대 불상인 금동대세지보살좌상(金銅大勢至菩薩坐像·보물 1047호)은 지혜로 중생의 어리석음을 없애준다는 대세지보살이 연꽃 대좌 위에 앉아 있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고려 불화인 보물 1048호 '지장시왕도'에도 금이 사용됐다. 지장보살 등 인물들의 의복과 장신구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금빛이 눈길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