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친구의 딸과 사랑에 빠진 50대 노총각

50대 노총각 형만(안성기)의 전 재산 8000만원을 갖고 달아났던 친구가 몹쓸 병을 얻어 나타난다. 그는 자신의 딸 남은(이하나)을 부탁한다며 숨을 거둔다. 남은은 어느 날 형만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형만은 당황해하면서도 이 거북한 사랑에 조금씩 빠져든다.

한국을 대표적인 선한 얼굴 남자배우에게 친구 딸과 연애하는 역할을 맡긴 영화 '페어 러브(14일 개봉)'는, 간지럽고 쑥스럽다. 친구 딸로부터 "아저씨, 예뻐요"라는 말을 들을 때 평생 카메라 수리만 해온 이 숙맥남(菽麥男)은 콩인지 보리인지 몰라 "흐으음" 소리만 낸다. 안성기의 이런 연기는 '기쁜 우리 젊은날(1987)' 이후 실로 20여년 만인 것 같다. 시사회에서 여성 관객들의 웃음과 콧소리가 시종 흘러나왔다.

연인을 기쁘게 하고 놀래키고 울리는 일은 사랑을 시작한 모든 커플에게서 벌어지는 일이다. 그러나 "기계는 부품끼리 어떤 관계인지만 알면 못 고칠 게 없어"라는 형만의 대사는 친구의 딸을 사랑하게 된 남자가 자신의 고장 난 마음을 고칠 길 없는 상황을 반대로 은유한다.

당돌하고 엉뚱한 역할의 이하나는 아빠 친구가 아니라 영화계 대선배 앞에서 주눅 든 듯, 시선이 불안하고 시종 흔들려 영화에 계속 잔 흠집을 낸다. "밤새 한숨도 못 잤어요"라는 그녀의 대사처럼 그녀는 영화 내내 한숨도 못 잔 듯한 얼굴이다. "옆에 있어도 외로워요" 같은 대사를 하려니까 더 그랬는지도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