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분란(紛亂) 지역

〈제5보〉(56~62)=쿵제(孔杰)의 천적은 이세돌이다. 한때 9연패까지 기록하는 등 통산 3승10패로 몰려 있다. 작년 6월 휴직돌입 직전의 이세돌을 결승서 제압, TV아시아선수권을 따냈지만 단 하루 뒤 무대를 옮겨 벌어진 중국리그서 또 한 번 쓴잔을 들었다. 쿵제가 연말 삼성화재배 우승으로 2관왕에 오른 무렵도 이세돌의 '잠적'기간 도중이었다. '범 없는 굴에 이리가 범 노릇한' 경우에 다름 아닌 셈. 이세돌이 복귀한 뒤 둘 간의 관계 재설정이 흥미롭다.

좁은 곳에서 현란한 수읽기 싸움이 펼쳐진다. 56 선수 후 58로 붙여갔을 때 59는 당연. 여기서 60으로 한 번 더 밀어간 수가 의미심장하다. 참고1도를 보자. 단순히 백 1로 움직인 뒤 7에 붙여 살자고 하는 건 18까지 실패. 그러나 참고2도 ?V와 1을 교환한 뒤엔 22까지 절묘하게 삶이 확보된다.

장고 끝에 61로 때려냈고, 백은 예정대로 62에 뛰어 마침내 분란을 일으키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아직은 가능성일 뿐 활로가 마련된 것은 아니다. 흑도 한 수 삐끗했다간 보고(寶庫)가 통째로 날아갈지도 모른다. 이곳 전투의 결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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