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한복판에서 모네를 만나다니…

"예술의전당에서 전시회를 한다는 말을 듣고 달력에 동그라미까지 쳐놨지만 바빠서 아직 못 가봤는데…. 여기서 이렇게 그림을 미리 볼 수도 있었네요." 회사원 정희원(31)씨가 서울 강남역 교보타워 앞에 세워진 전광판 '미디어 폴(media pole)'을 보면서 감탄하고 있다.

이젠 강남 한복판에서도 유명 전시회를 미리 볼 수 있다.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모네에서 피카소까지'. 미국 필라델피아 미술관 소장품 중 서양 근·현대미술의 정수(精髓)를 엿볼 수 있어 호응이 뜨거운 전시회다.

제일기획은 이 '모네에서 피카소까지' 전시회 내용의 하이라이트를 거리에서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냈다. 강남대로에 설치된 LCD·LED 전광판 '미디어 폴'을 활용하자는 것. 2009년 2월부터 강남대로에 설치된 '미디어 폴'은 기존의 가로등과 CCTV, 교통표지판 등을 통합해 새로 만든 높이 12.4m짜리 조형물. 모두 22개가 강남대로에 설치돼 있다. 차도 쪽을 향한 몸체엔 대형 LED 패널이, 인도 쪽을 향한 부분엔 LCD 패널이 붙어 있어 각종 미디어 아트를 무료로 볼 수 있게 했다. 지난 12월까진 이 전광판을 통해 '코리아 네오 팝 스타일'이란 주제로 미디어 아티스트 신기운과 그래픽 아티스트 고창민의 작품을 전시했다.

땅거미가 질 무렵이면 '미디어 폴'은 더욱 빛을 발한다. 각종 예술작품이 LCD·LED 전광판을 통해 조명처럼 환하게 도심을 밝히며 반짝이기 때문이다. 미디어 폴 하단엔 '키오스크'란 이름의 터치스크린도 있다. 거리를 걷던 시민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터치스크린에 손을 올리면 '모네에서 피카소까지' 전시회에 걸려 있는 대표 작품을 사실주의·인상주의·후기인상주의 같은 카테고리별로 감상할 수 있다. 전시회 내용과 관련된 기사도 조회가 가능하다. 강남구청 도시디자인실 이기승 주임은 "도심 야경 한복판에서 근사한 갤러리를 만날 수 있는 기회"라며 "외국인을 위해 중국어·일본어·영어 서비스도 제공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