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백, 악전고투(惡戰苦鬪)

〈제6보〉(63~77)=최철한의 전투력은 이세돌 김지석 등과 함께 당대 최고수준으로 꼽힌다. 치밀한 수읽기 능력에다 과감성까지 갖춰 '대마 킬러'로 불렸던 초기 가토(加藤正夫)를 연상시킨다. 다만 간혹 자신감이 지나쳐 과속(過速)으로 자멸한다는 게 옥에 티. 오늘 이 바둑에서도 하수 다루듯 초반 적진 깊숙이 뛰어들었다가 고전을 자초했다. 유연성 가미가 최철한의 남은 과제다.

백△로 막아선 장면에서 63의 붙임이 좋은 대응이었다. 63으로 참고1도 1에 들이받는 것은 6까지 양쪽 흑 모두 기분 나쁜 진행이 된다. 흑이 65로 넘는 사이 66의 절단을 얻어냈지만 여전한 백의 고전. 70까지 몸부림이 계속되고 있다. 71에 10분을 쏟아부으며 흑은 돌다리도 두드린 뒤 건넌다.

73 시점에서 중간점검을 해보자. 얼핏 백이 타개한 듯 보이지만 그 사이 흑의 좌변은 엄청나게 두터워졌다. 상중앙에 서로 끊긴 흑백을 비교해도 백 쪽이 더 강할 게 없다. 게다가 상변 백도 경우에 따라 미생(未生)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75는 절대점. 생략했다간 참고2도의 패(覇)에 걸린다. 백으로선 뭔가 묘수 한 방이 절실한 시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