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산행코스] 강원도의 산 | 대화실산 1,010m

강원도 강릉시 왕산면에 위치한 대화실산(大花實山·1,010m)은 백두대간이 석두봉(982m)을 지나는 구간에 남서쪽으로 살짝 비켜 앉은 전형적인 육산이다. 전체적으로 산의 형세가 큰 꽃의 열매, 화심형(花心形)처럼 생겼다 하여 ‘대화실’이란 이름을 얻었다. 산 전체의 토질이 푸석한 마사토로 되어 있어 오랜 세월 동안 빗물에 의해 많은 양의 토사가 유실되어 현재 국토지리정보원 발행 지형도와 잘 맞지 않는 지형이 나타날 수도 있다. 임도가 잠깐 나타났다 없어진 후 또 여기저기서 나타났다가는 슬그머니 사라져 버리곤 한다. 또한 방화선도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등 꼭 팔진도법에 홀린 듯한 난해한 구릉의 산이기도 하다.

잣나무, 낙엽송, 소나무 등의 시험재배단지와 임도 절토사면의 녹화시범지도 보여준다. 이 산은 옛날에는 화전이 성행했던 곳이나 지금은 넓은 구릉지대를 개간하여 감자, 당근 같은 농산물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으며 품질이 우수한 씨감자를 생산해내는 곳이기도 하다.

노동부 태백지청의 손승일씨와 태백여성산악회 권영희·김금순씨와 함께 1933년 신작로로 처음 개설되었다는 삽당령(揷唐嶺·鈒峴)에 도착했다. 삽당령은 <동국여지승람>에 “삽현·강릉부 서남쪽 60리에 있으며 정선 가는 길이다”라고 기록이 남아 있다.

고개 정상에 삼지창처럼 세 가닥으로 길이 생겨 삽현이라고 했으며, 서낭당이 있어 삽당령이라 불렸다고도 한다. 삽당령의 성황당은 역사가 500여 년이 넘을 것이라고 한다. 매년 음력 8월 상정일(上丁日 또는 中丁日)에 거행되며 제물은 소의 머리와 생식기를 제당에 올려놓고 교통 무사고와 풍년을 기원하는 제사를 올리고 있다. 6·25 이전에는 단청된 건물이었으나 불탄 후 1953년 개축하였고, 그 후 몰지각한 사람들에 의하여 파괴된 것을 다시 증축해 놓은 것이다.

박무현상에 겨울 진갈비(진눈깨비)가 흩날리는 삽당령에 입산통제초소, 간이화장실, 포장마차, 동물이동통로, 서낭당, 삽당령 표석이 있다. 산행은 삽당령 표석, 간이화장실, 입산통제초소가 있는 서쪽 대간길 임도로 든다. 10m쯤 가자 대간 마루금 숲으로 드는 입구에 표지기가 잔뜩 달려 있다. 지나치고 임도를 따라 계속 걷는다. 약 30분 후면 대간길과 다시 만날 것이기 때문이다. 11년 전쯤 이 산에 왔을 때에도 날씨가 짓궂게 굴었는데 오늘도 겨울비라……. 참으로 묘한 날씨와의 연이다.

평탄한 마사토 길이 걷기 좋다. 임도 절토사면의 안정을 위하여 최적의 녹화공법을 선정, 임도 절개지를 10m 거리로 8구간을 설정하여 2008년 10월에 조성해 놓았다. 유심히 보지 않았으면 그냥 희희낙락 지나칠 뻔했다.

왼편 아래로는 화실골이 내려다 보이고 오른편 임도 절개지 위로는 일본이깔나무, 신갈나무들이 빼곡한 대간길이다. 임도를 따른 지 약 30분 뒤에 이동통신 기지국 철탑이 절개지 위로 보이고 ‘송현지 227L31’ 전봇대를 지나자 국유임도 이정표와 자동차 차단기가 있다. 여기까지 삽당령에서 대간 마루길을 걸으면 1시간30분쯤 걸리고 임도는 30분쯤 걸린다.

불에 잘 타지 않아 부지깽이나무라고도 부르는 쉬땅나무들이 있는 차단기에서 지금까지 걷던 임도를 버리고 왼편 표지기가 많은 조릿대숲 사이로 올라서자 일본이깔나무 사이로 대간길이 이어졌다. 조릿대의 물방울을 스틱으로 털어내며 30분쯤 올라 아름드리 신갈나무, 물박달나무를 지나 조금 더 경사를 높이니 낡은 말목에 ‘닭목령·들미재’ 이정표가 있는 862m봉이다.

닭목령 화살표 지시 방향인 왼편으로 방향을 틀어 오르락내리락 진달래나무 군락도 지나며 점차적으로 고도를 올리자 시야가 확 트이는 임도에 쌍소나무가 있고 방화선 건너에 잣나무 조림지대가 나타난다. 여기서 지금까지 걷던 대간길과 작별을 고하고 대화실산 방향인 왼편 초원길과 잣나무를 끼고 언덕을 오르니 임도 사거리에 잣나무숲에 대한 해설이 있다. ‘채종원. 강릉시 왕산면 대기리 산 1-12. 잣나무 면적 18.0ha. 4226본. 조성년도 1972년’. 2~3년생 묘목을 심었을 것이니 잣나무 수령이 40년은 족히 되겠다.

사거리 조릿대 군락 언덕 위에 구슬처럼 생긴 바위가 곧 굴러내릴 것만 같다. 저것이 대화실 바위인지도 모를 일이다. 바위를 왼편으로 올려다보며 오른편 임도로 올라서니 시야가 확 트이는 넓은 언덕 공터 위에 산불감시초소와 시험림 위치도 푯말이 있는 981m봉이다.

사방으로 조망이 트였다. 백두대간상의 석두봉, 닭목재 일대의 조망을 즐기고 왼편으로 방화선 능선을 따라가니 갑자기 경사를 낮추는 급경사 아래로 콘크리트 포장 임도가 지나간다. 건너편 위로 대화실산 정상이 지척에 있다. 일단 방화선을 따라 급경사를 내려가서 곧장 임도를 건너 다시 된비알 방화선을 따라 20분쯤 올라치자 풀을 깎아 놓은 듯한 헬리포트 한쪽 구석에 외롭게 삼각점(2005 재설. 구정24)이 앉은 정상이다.

우윳빛 같은 동쪽 하늘 위로 삽당령 쪽의 두리봉(1,034m), 석병산(1,055.3m)이 걸려 있고 남쪽은 매봉산 뒤로 사달산(1,184m), 노추산(1,322m), 조고봉(1,188.6m)이 어렴풋하다. 서쪽과 북쪽은 함지박 같은 왕산면 대기리를 둘러싼 옥녀봉(1,146.2m), 화란봉(1,069.1m), 석두봉(991m)들이 안개 위로 볼록볼록 솟아 꿈속 같은 풍정을 보여주고 있다.

가늘었던 빗줄기가 굵기를 더한다. 정상에 더 이상 머물지 못하고 서쪽으로 뻥하니 뚫린 방화선을 따라 5분이 채 못 된 거리에 헬기장을 만들다 그만둔 공터에 블록들을 버려놓은 곳 능선 분기점에서 남쪽 능선으로 급사면 방화선을 따라 내려선다. 넓은 방화선 양편으로 멋쟁이 소나무들이 에둘렀다. 급경사 방화선이 끝나며 임도를 만난다. 왼편으로 가는 임도를 따라 잠시 걷다 임도가 사라지는 왼편으로 주릉이 슬그머니 이어져 화실령으로 내려가는 곳에선 길을 잃기 십상이다. 임도를 버리고 5분쯤 내려서니 화실령이다. 화실령은 수해로 길이 끊겨 자동차가 다니지 못하는 길이 되어버렸다.

숲이 우거진 왼편 길로 10분 거리에 이르니 산사태로 여러 곳이 끊겼다. 나무들도 쓰러져 있다. 구불구불 걷기도 좋은 길이다. 돌들이 드러난 지형을 지나자 비닐하우스가 많이 있는 독농가다. 이제부터는 화실골의 마을 길을 따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금강송, 와폭, 서낭당도 보며 산모퉁이를 돌고 돌아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를 지나자 35번 국도가 지나는 삽당령이다.

산행길잡이

삽당령~(30분)~임도 차단기~(1시간)~백두대간 대화실산 분기점~(40분)~정상~(1시간)~화실령~(1시간 20분)~삽당령

교통

강릉에서 임계 경유 정선행 버스가 06:50~18:10 운행한다. 버스기사에게 삽당령 정차를 부탁해야 한다. 강릉종합버스정류장(033-643-6091), 임계시외버스정류장(033-562-6138). 임계에서 강릉행 버스는 07:25~20:05 매 시간 운행.

숙식 (지역번호 033)

강릉시 왕산면 도마리 왕산에 숙박업소·음식점들이 있다. 임계에는 5ㆍ10일 장이 서는 곳에 음식점, 숙박업소가 몰려 있다. 삽당령에 영마루포장마차(011-9798-5161)가 있고 임계에는 길목식당(562-9220), 콧등치기손칼국수 전문 대동식당(563-1252), 황기백숙 전문 바위안식당(563-5476), 해물국수 전문 영진면옥(563-6655), 한우영농조합(562-7887), 노블래스모텔(562-2326), 청송장(562-2687), 대성장(562-0273) 등이 있다.


/ 글·사진  김부래 태백 한마음산악회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