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권 기자가 간다] '주유소 습격사건 2' 시사회 진행 체험

영화 '주유소 습격사건2'(감독 김상진)의 시사회 전날인 지난 12일 늦은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홍보대행사 이노기획을 찾았다. 다음날 VIP시사회 진행 체험을 약속했지만 불안한 마음에 먼저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지금까지 홍보사에서 차려준 밥상에 숟가락만 얹었던 기자가 직접 현장 진행에 나선다니 긴장할 수밖에....

"대박나게 해주세요" 홍보사 직원 되다

▶"잘 오셨어요. 각오는 됐겠죠!"

문을 빼꼼히 열고 들어서자 이노기획의 박혜정 팀장이 아주 반가운 표정을 짓는다. 그런데 기자를 반기는 얼굴이 아니라 막내 남자직원을 바라보는 눈빛이다. "잘 오셨어요. 각오는 됐겠죠!" 그리곤 바로 다음날 사용될 비품과 자료들이 한가득 담긴 상자들을 나르기 시작했다.

사무실은 다음날 언론배급 시사회와 VIP시사회까지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여기저기서 전화가 끊이지 않았고, 보도자료와 각종 비품으로 꽉 차 있었다. 저녁 때가 한참 지났음에도 다들 식사는커녕 휴식도 꿈꿀 수 없을 정도로 바빴다. 1시간도 더 지나서야 겨우 VIP시사회 체험과 관련된 회의를 시작할 수 있었다.

박혜정 팀장은 몇 가지 주의사항과 타임테이블, 일거리를 정확히 지시한 후 "현장 진행도 중요하지만 VIP 시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건 홍보에 사용하기 위해 스타들의 코멘트를 따는 거예요. 기자님이 꼭 그걸 해주셔야 합니다"라고 난데없이 중책을 맡겼다.

"오 마이 갓!"

13일 P M 6~ ~ 8 : 가장 어려운 일 티켓팅부터 손님맞이- 인터뷰까지 "정말 바쁘다 바빠…"

▶마지막 임무: 에스코트

스타들의 입장이 정리되자마자 급하게 김상진 감독과 지현우 조한선 박영규 문원주 이현지 등 배우들과 함께 무대인사에 나섰다. 이동 중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경호원처럼 길을 안내했다. 총 5개관을 배우들과 일일이 돌며 관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마이크 문제 때문에 여분의 마이크를 준비해 들고 다니면서 원활한 진행을 돕는 역할이기도 하다.

짜여진 스케줄대로 영화가 상영되려면 잠깐 숨 돌릴 틈도 없다. 배우들과 함께 뛰다시피 움직이며 각각의 관을 돌았다.

그런데 이때만큼은 기자란 생각은 잠시 접어두고 홍보사의 일일 직원으로서 배우들과 한마음이 돼 관객들에게 매번 배꼽인사를 올렸다.

"'주유소 습격사건2' 대박 나게 해주세요."

▶만만찮은 티켓팅

13일 오후 6시 '주유소 습격사건2'의 언론시사회와 기자회견이 모두 끝났다. 관련 기사를 전송하고 이젠 기자의 직함을 내려놓고 VIP 시사회를 진행하는 홍보사 직원이 돼야할 때가 됐다. VIP 시사회가 열릴 왕십리 CGV는 아직 VIP시사회 준비가 덜 됐음에도 어찌 알고 왔는지 '주유소습격사건2' 팬들로 벌써부터 가득했다. 빨리 티켓 부스를 만들고, 티켓팅을 먼저 시작했다.

시사회에서 티켓팅은 가장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가장 복잡한 작업이다. 홍보사 직원이라도 아무나 할 수 없다. 경험 많은 베테랑 직원만이 티켓팅을 할 수 있다. 후원사, 이벤트 당첨자, 스태프와 배우들의 초대를 받은 손님 그리고 VIP시사회의 주인공인 스타까지 챙겨야 할 사람들이 하나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좋은 좌석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함부로 티켓을 나눠줄 수도 없다. 베테랑의 머릿속은 고차원 방정식의 복잡한 수식을 풀 듯 좌석을 적정히 배분해 티켓을 교환해 준다. 함부로 나설 수 없는 자리기에 옆에서 티켓 교환 안내와 전달을 도왔다. 다양한 민원들이 속출해도 끝까지 웃으며 친절하게 응대하는 것도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재미있게 보세요~."

▶포토월을 세워라!

바쁜 현장은 언제나 일손이 딸린다. 여기저기서 밀려오는 사람들 사이로 포토월이 배달됐다. 막내이자 남자인 기자가 투입될 시간이다. 여자 직원이 대부분인 홍보사에 남자가 필요한 몇 안 되는 순간이 지금이다.

바로 달려가 포토월 세우기에 무작정 뛰어 들었다. 처음 해보는 작업이라 곁눈질로 배우면서 기둥을 하나씩 조립했다. 어렵진 않지만 얇은 플라스틱 소재라 부러질 위험이 커 조심히 다뤄야 했다. 무턱대고 힘자랑했다가는 낭패보기 십상이다. 전문가의 지시에 따라 조심히 작업을 마쳤다.

포토월이 세워지자 여러 언론사에서 나온 사진기자들과 방송사 카메라맨들과 그 뒤로 팬들이 도열했다. 자연스럽게 포토라인이 잡혔다. 많은 카메라들 사이로 홍보사의 메이킹 카메라가 제일 가운데에 자리한다. VIP시사회의 핵심인 스타들의 응원 코멘트를 녹화하기 위한 것이다.

수월한 인터뷰를 위해 여러 대의 무선마이크를 한데 모았다. 이제 오늘의 스타들을 기다리면 된다.

12일 P M 7~ ~ 9 : 시사회 전날 짐 나르고 일거리 지시받고 "완벽한 준비를 위하여…"

▶"어, 박기자 여기서 뭐하는거야?!"

신인 아이들 그룹 비스트가 첫 번째 VIP로 팬들에게 인사를 올렸다. 카메라 플래시가 여기저기서 터지고 극장은 여학생들의 환호성으로 꽉 찼다. 비스트는 '주유소 습격사건2'의 OST에 크레이지(Crazy)란 곡으로 참여한 인연이 있다. 이어 '주유소 습격사건' 1편의 주인공인 유지태가 멋진 수트를 차려입고 나타났다. 의리파로 알려진 유지태는 김상진 감독과 후배들을 응원하기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갰다. 1편의 또 다른 주인공 강성진이 곧바로 유지태의 뒤를 따랐다. 두 사람 모두 1편처럼 2편도 성공하기를 기원했다.

미녀 그룹 LPG 다섯 멤버가 늘씬한 각선미와 미모를 자랑하며 팬들 앞에 섰다. LPG의 멤버 세미는 영화에서 내레이터 모델 역으로 출연해 인상적인 연기를 펼쳤다. 주인공인 지현우와 드라마 '천하무적 이평강'(KBS2)에 함께 출연했던 남상미는 편안한 마음으로 영화를 즐기기 위해 극장을 찾았다. 탤런트 박준규는 아들과 함께 나타나 가장 많은 플래시를 받았다. 이 외에도 김민준 김선아 차태현 채림 채명길 등 수많은 스타들이 VIP시사회 자리를 빛냈다.

평소 개인적 친분이 있던 스타들은 스태프 비표를 목에 걸고 있는 기자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특히 포토월 앞에서 정식 인터뷰가 아닌 축하 코멘트와 응원의 말을 유도하는 기자의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봤다. 스타들은 프로답게 재미있어 하면서도 영화 응원의 코멘트를 친절하게 남겨주었다.

결국 "미션 컴플리티드!"

▶취재를 마치고

VIP상영관에서 출연배우들의 마지막 무대인사가 끝나면 곧바로 영화가 시작된다. 극장의 모든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하면 자연스럽게 VIP시사회 진행은 끝이 난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VIP 시사회 진행을 통해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특히 기자라면 한번쯤 홍보사 직원들의 마음을 헤아리기 위해 꼭 홍보사 체험을 권장하고 싶다. 일의 성고 여부를 떠나 역지사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