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패(覇)싸움 돌입

〈제8보〉(85~100)=2009년 여름. 모처럼 열린 '페어(pair)바둑 선수권대회'에 최철한은 3년 연하의 후배 윤지희 三단과 똑같은 옷을 입고 출전했다. 라운드마다 다른 '커플 티'로 바꿔 입으며 단합을 과시하더니 마침내 둘이 함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그러곤 "만나기 시작한 지 2년이 돼 간다"며 연인 사이임을 당당히 공표했다. 바둑을 '노인들의 고루한 취미'로 치부하는 일부의 시선 자체가 고루한 것임을 두 신세대 프로기사가 화끈하게 보여준 사건(?)이었다.

85의 치중이 정확했음은 참고도가 입증한다. 흑 1로 밀고 내려가는 수가 더 강력할 것 같지만 16까지 단패(單覇)가 되는데, 이 코스라면 백이 역전 우세를 잡았을 것이다. 실전은 98까지 백이 1수 늦은 패. 참고도와는 정확히 1수 차이가 나며 이것은 엄청난 차이다. 그러나 패(覇)의 본질은 흥정이고, 특히 지금처럼 2단 패일 경우 계산은 더 복잡해진다. 변화의 기회를 움켜잡은 것.

좌변에서의 무리한 침입으로 암담했던 초반을 떠올리면 백으로선 그나마 최선의 결과였다. 검토실도 활기를 되찾으며 시끌벅적해졌다. 이제 문제는 팻감이다. 어디서 2개의 팻감을 마련할 것인가. 흑은 99로 즉각 뜸들이지 않고 패싸움에 들어갔고 백도 100의 팻감으로 응사(應射)에 나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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