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진 감독 "10년전 이요원은..."

'주유소 습격사건' 전편 회고

김수로-유해진도 첫눈에'쏙'

　"이요원은 당시 촬영장의 커피 총책이었는데, 어느날 보니 여왕님이 됐더라."

영화만큼이나 입담도 대단하다. 쉴새없이 상대방을 웃게 만드는 '웃음의 마술사'가 돌아왔다. 21일 개봉되는 '주유소 습격사건 2'의 김상진 감독. 10년만에 속편을 만들었다.

전편은 99년 개봉 당시 젊은 감각을 꿰뚫는, 새로운 웃음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당시 유지태 이성재 등 주인공 외에 조단역들이 오늘날 여의도와 충무로를 호령하고 있다.

그중 어느 배우가 '될성싶은 떡잎이었느냐'는 질문에 김 감독은 주저없이 김수로 유해진 이요원을 꼽았다. 김수로는 결코 비중이 크지 않은 역인데도 불구하고, 촬영 전에 진지하게 연구를 한 결과를 다양하게 제안했다. 유해진은 당시 시사회 직후 영화 관계자들이 가장 놀라움을 표현했던 배우 중 하나다. 실제 깡패처럼 생긴 '외모'에 반해서다.

"그?? 입었던 옷을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네요. '주유소 습격사건 2'의 홍보 동영상을 찍을 때 그 옷을 입었다네요. 정말 대단히 꼼꼼하고 정이 깊은 친구예요."

또 당시 '푸릇푸릇' 신인이었던 이요원은 촬영장에서 인기를 독차지했다. 스태프들에게 쉴새없이 커피를 나르던 이요원은 신인답지 않게 근성있는 자세로 밤샘 촬영을 버텼다는 후문.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근엄한 자태를 자랑하는 모습을 보니 신기하더라"고 말한 김 감독은 "10년 후엔 더 멋진 모습을 보여줄 배우"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김상진 감독은 '주유소 습격사건 2'의 웃음 뇌관인 박영규를 모시기 위해 고생한 과정도 들려줬다.

박영규는 아들을 잃는 개인적인 아픔으로 사실상 연기 중단을 선언한 상태. 그러나 "선생님이 안 계시면 속편은 절대 만들 수 없다"는 김상진 감독의 '감언이설'에 마음이 움직였다.

물론 그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았다. 당시 캐나다에 거주하고 있던 박영규를 설득하기 위해 제작사인 감독의집 이관수 대표는 하루걸러 한번씩 장시간 국제전화를 해야했다.

또 극약처방으로 '약 올리기 작전'도 동원했다. 끝까지 고사하려는 박영규에게 "이 영화가 대박나면 선생님 대신 투입된 배우가 다 그 공을 누리게 될거다. 연기자로서 마음 편하실 수 있겠느냐"는 '협박'에 박영규가 끝내 마음을 바꿨다는 것. "연기욕심만큼은 그 무엇도 꺾을 수 없는 연기자라는 걸 새삼 느꼈다"고 김 감독은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