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불린 노후대비자금, 열 자식 안 부럽다

교장으로 정년퇴직한 A씨. 퇴직금을 연금으로 받을 것인지, 일시금으로 받을 것인지를 놓고 오래 고민했다. 그러던 와중에 장남이 명예퇴직을 당해 직장을 잃게 됐다. 장남은 아버지에게 사업자금을 요구했고, 결국 A씨는 일시금을 받아 자녀에게 넘겨줬다. 사업이 성공하면 아버지의 노후생활을 위해 반드시 다시 돌려 드린다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사업은 실패했고, A씨는 평탄하지 못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시작으로 노후에 대한 걱정이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비는 부족한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노후 자금을 마련하는 데에 비결이 있을까? 알아두면 도움이 될 3가지 노후 재테크 원칙을 소개한다.

◆은퇴 주머니는 따로 챙겨라

모든 자산관리가 비슷하겠지만, 노후생활을 위한 자금은 특히 다른 자산과 구별해 준비해야 한다.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그 자금에는 손을 대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같은 주머니에 넣어두면 주택 마련이다, 교육비다 해서 미래보다는 당장 눈앞에 닥친 현실을 위해 쓰게 마련이다. 평생 잘 준비해온 사람도 마지막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자산은 많이 쌓아놓는 게 능사가 아니다. 그 자산이 자신의 노후를 위해 사용되지 못하고 급할 때 사용되고 만다면, 노후 준비는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부동산 너만 믿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산의 대부분이 부동산에 몰려 있다. 노후 준비도 부동산을 믿고 금융자산 등에는 소홀한 편이다. 그러나 노후 자금은 자산보다는 지속적으로 현금 흐름이 창출될 수 있는 소득으로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노후생활이 불안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다수 사람들은 자산이 줄어드는 것을 싫어한다. 즉 은퇴자금으로 10억원을 만들어 둔 사람이 10억원을 쪼개 매년 일정액씩 생활비로 쓰는 것을 달가워하진 않는다. 차라리 1억원 정도 여유자금이 있고, 매달 생활비가 일정액 나오는 것이 더 행복하다고 느낀다. 황혼에는 새로운 사업을 위한 목돈보다는 두 부부가 행복하게 생활할 수 있는 생활비가 더 소중하다. 만약 80세까지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을 준비하였는데, 만일 90세까지 생존해 있는다고 가정하면 그 나머지 기간에 대한 생활은 어떻게 할 것인가? 사망 시점까지 생활비를 받을 수 있는 연금상품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부부가 딴주머니 차라

부부의 노후 자금은 각각의 명의로 분산하여 마련해야 한다. 만일 한 사람에게 집중하여 노후 준비를 해오고 있었다면 남아 있는 사람은 정신적 슬픔과 경제적인 고통까지 함께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 부부를 보면 여성이 남성보다 3~4년 정도 나이가 어리면서도 평균 수명은 7년 정도 더 살기 때문에 남편 사망 이후 10년 정도를 혼자 생활해야 한다. 부부가 평생을 함께해야 하겠지만 생존은 의지와는 무관한 일이므로, 노후 자금은 분산해서 마련해 놓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