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대출 받을 땐 고정금리 고려를

올해 출구전략(시중 자금을 흡수하는 조치)을 위한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대세를 이루는 가운데 시중은행들이 최근 잇따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인하했다. 다음 달부터는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을 해줄 때 기준이 되는 금리가 기존의 CD(양도성예금증서)금리에서 새로 개발된 '조달 평균 금리'로 바뀔 예정이다. 새해부터 대출금리를 둘러싼 상황이 시시각각 변화하면서 새로 대출을 받거나 기존 대출을 연장하려는 이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과연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현명한 걸까.


◆은행권, 신규 대출금리 속속 인하

지난 13일 국민·신한·하나은행이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각각 0.2~0.3%포인트씩 인하했다. 새로 주택담보대출을 신청하거나 만기가 된 대출을 연장할 때 적용된다. 앞서 작년 말 기업은행이 올해부터 1년간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고, 올해 들어서는 우리·외환은행이 각각 0.2%포인트씩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낮췄다. 이는 은행들이 그동안 시중금리 상승을 구실로 높은 수준의 가산금리(이자 마진)를 붙이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기준금리에 비해 3배에 달할 정도로 과도하게 올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이 앞다퉈 대출금리를 인하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데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금융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시중에 풀린 자금이 인플레이션 같은 부작용으로 나타날 조짐을 보이면서 전 세계적으로 출구전략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도 지난 8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2%로 동결하면서도 "금리가 언젠가는 정상적인 상황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음 달부터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시 기준이 되는 금리를 기존 CD금리에서 9개 시중은행이 조달한 모든 자금의 금리를 조사해 평균한 '조달 평균 금리'로 바꾸겠다고 밝힘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주택담보대출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달 평균 금리는 은행의 재원 마련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예금 금리를 좇아갈 것으로 전망되는데, 현재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연 4% 중반 수준으로 CD금리보다 1.5%포인트 정도 높기 때문이다.


◆고정금리 대출도 눈여겨볼 만

금리 상승이 대세라고 판단한다면 현 상황에서 가장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는 대안은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것이다. 현재 주택금융공사의 고정금리형 일반 보금자리론 금리는 만기 10년 기준으로 연 5.9~6.1% 수준이다.

이에 비해 신규 가입을 기준으로 현재 국민은행의 3개월 변동형 주택담보대출금리가 연 4.6~5.94%, 신한은행은 연 4.88~5.88% 수준이다. 신용등급에 따라서는 시중은행의 변동형 금리와 보금자리론의 고정금리 간 금리 차가 거의 없다.

보통 금리 상승기에는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게 정설(定說)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고정금리와 금리 차가 적은 사람은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게 유리하다.

하지만 올해 기준금리가 오르더라도 상승 폭은 제한적일 것이기 때문에 당분간 변동금리 대출을 유지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도 있다. 윤설희 국민은행 PB센터장은 "올해 출구전략이 시작되더라도 정부가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경기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지는 않을 것"이라며 "올해는 고정금리보다는 6개월 주기 변동금리를 유지하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우신 기업은행 PB센터장도 "기존의 700조원에 달하는 시중 대출 때문에 정부가 무리하게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라며 "당장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중 어느 한쪽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다음 달부터 새로운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가 도입되는 것은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현재 알려진 기준대로라면 중장기적으로 은행의 대출금리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고정금리 대출상품의 금리가 더 오르기 전에 고정금리로 갈아타는 편이 유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