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사석(捨石)다툼

〈제11보〉(132~138)=바둑은 흑을 쥔 쿵제가 여유 있게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는 형세. 하지만 프로들은 입버릇처럼 "우세한 바둑 지키기가 불리한 바둑 뒤집기보다 더 어렵다"고 말한다. 게다가 최철한은 정상권 프로들 중에서도 완력이 강하기로 소문난 강 펀처다. 조심스러워질 만도 한데 쿵제의 손길은 더 가볍고 빨라졌다. 대단한 자신감이다.

흑이 ▲에 붙여온 장면. 백은 마땅한 응수가 안 보인다. 참고1도 백 1로 젖힐 수 있어야 하지만 흑 2, 4로 난처해진다. 고심 끝에 132로 우변을 추궁하자 흑은 133의 전(田)자 급소를 쨌다. 백은 여기서 내심 참고2도를 기대했을 것이다. 이것은 우변 백 3점을 버림돌 삼아 8로 젖혀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하지만 135로 뚫은 수가 또 좋았다. 여차하면 우변 흑을 버리는 대신 우하귀 백진을 볼모로 하변을 통째 삼키겠다는 뜻이다. 상대가 거꾸로 대형 사석(捨石)전법을 들고 나오자 백은 더욱 난감해진 느낌. 초점은 이제 우변 흑 7점의 생사와 우하귀 백진의 정비 방법, 그리고 하변 흑진의 경계선 등 3가지로 좁혀졌다. 일단 138로 뛰었는데, 이 수로 '가'에 늘어 버티는 수단은 없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