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 페이퍼진] '1천만 관객 외화 시대...한국영화계 미칠 파장'

우리 영화 점유율 하락은 필연적… 전세계적인 '3D 혁명' 일으킬듯

국내 개봉 외국 영화 사상 최초로 '아바타'의 1000만 고지 돌파가 시나브로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그 괴작이 '해운대'에 이어 여섯 번째 1000만 클럽 멤버가 된다면, 대한민국 영화계에 과연 어떤 영향을 미칠까.

당장의 부정적 영향은 우리 영화 시장 점유율의 하락이다. 아니나 다를까. 2009년 11월까지의 누적 점유율은 51.2%였는데 반해, '2012' 및 '아바타' 등의 파죽지세로 인해 12월엔 30%에 못 미쳤단다. 그 결과 최종 점유율은 48%와 49% 사이가 될 거라고, 영화진흥위원회 관계자는 전한다. 혹자는 반문할지 모른다. 50%를 넘건 말건 그게 뭐 그리 중요하냐고? 이성적, 논리적으론 그렇다. 별 신뢰성도 없는 그 놈의 수치 놀음은 가능한 빨리 중단, 지양해야 한다. 하지만 감성적, 심리적으론 결코 그렇지 않다.

1000만이란 숫자는 그동안 주로 자국 내에서만 승부를 걸어야 했던 대다수 한국 영화와, 전 세계 시장을 자기 거실처럼 누벼온 일련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구분 짓는 어떤 상징이요 기제였다. 골리앗에 맞서 싸우기 위한 다윗의 방어 무기였다. 어차피 공정한 경쟁을 펼치기 불가능한 마당에, 우리네 관객이 자기네 나라 영화들에 무의식적, 의식적으로 드리웠던 일말의 위안이었다. 때론 '자국 영화 프리미엄'이라 불렸던 심리적 마지노선!

'아바타'의 신기록은 따라서 이 땅의 관객들이 더 이상 우리 영화에 우선권을 부여하지 않는다는 결정적 증거다. 한국 영화면 어떻고 할리우드 대작이면 또 어떻단 말인가. 영화가 재미있고 감동적이면 됐지. 그것도 '아바타'처럼 오락영화의 최고 경지를 구현했다면, 더 말해 뭣하랴.

'아바타 이후', 탐욕적 할리우드 메이저들은 이 한반도를 향해 한층 더 강한 강도로 전방위 공세를 펼칠 것이다. 아는가, 역대 최대인 2억3700만 달러를 제작에 투입했다는 '아바타'가 마케팅에만 무려 1억5000만 달러를 투하했다는 사실을. 500만 선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전우치'의 선전이 대견하게 다가서는 건 그래서다.

'아바타 이후', 가뜩이나 한파의 삶을 영위하고 있는 대다수 한국 영화인들은 적잖이 움츠러들 게 뻔하다. 위기는 기회라고 했던가. 이제 보다 더 치열한 싸움을 펼치지 않으면 안 된다. 돈보다는 창의적 아이디어와 콘텐츠로 승부를 펼쳐야 한다. 이런 각성, 이런 다짐들은 혹 '아바타'가 우리 영화계에 던지는 긍정적 자극 아닐까. '해운대'로 한국 재난 영화의 새 장을 연 윤제균 감독이 차기작 '제7광구'로 3D 세계에 도전해보겠다는 야심을 품은 것도 그런 자극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긍정적이건 부정적이건, '아바타'의 영향은 영화계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다. 애당초 원소스 멀티유스(OSMU)를 염두에 두고 융합적 콘텐츠로 출발한 '해리 포터의 카메론 버전'은 전 세계적으로 '3D 혁명'을 일으킬 게 틀림없다. 실례로 목하 방송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3D TV 시장을 2~3년 앞당길 거라는 게 전문가의 진단이다. 그것은 곧 우리의 감각 체험이, 더 나아가 일상적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변화할 거라는 걸 함축한다. 텔레비전은 예나 지금이나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압도적 매체이기 때문이다. '아바타 폭풍'은 종영과 함께 가라앉거나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아니 그 이후 한층 더 전격적으로 불어 닥칠 것이다.

한 편의 영화가 이처럼 거대한 변환을 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는가. 하지만 그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헌데 우리는 영화를 어떻게 대해 왔고, 대하고 있는가....

< 영화 평론가ㆍ부산영화제 프로그래머ㆍ경기대 겸임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