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 페이퍼진] 2D-3D영화 관람 비교 체험

사실-입체감 3D 영상 위력…안경 불편 "어지러워요"

최루탄 튀는 장면 스크린 튀어나올듯 시간 절반 이상 흐르자 눈 아리기 시작

극장은 집에서 가장 가까운 목동CGV로 정했다.

관객 600만 명을 훌쩍 뛰어넘어 1000만을 향해 맹렬하게 나아가던 시점이라 그런지 초저녁 시간대는 빈자리가 거의 없었다. 앞에서 두세 줄 정도 예매가 가능한 정도였다. 그나마도 현장 판매로 동났으리라.

2D와 3D를 비교하겠다면서 맨 앞줄에 앉아 볼 수는 없는 노릇. 일단 두 가지를 최대한 같은 환경에서 비교하기 위해 좌석을 맨 뒷줄 중앙으로 잡았다.

그러다 보니 밤 10시 20분 게 가장 빨랐다. 5분 전에 8관에 들어갔더니 썰렁했다. 고작 여남은 명이 앉아 팝콘을 먹으며 예고편을 보고 있었다. 실망이었다. 객석 열기마저 느끼고 싶었으나 기대와는 딴판이었다.

영화가 시작되었는데도 그 많은 빈자리는 좀체 채워지지 않았다. 모두 20여 명 되는 듯했다. 이미 볼 사람 웬만큼 본 데다 평일 밤이라는 한계를 넘지는 못했다.

썰렁한 객석과 달리 스크린은 열기로 가득했다. 과연 애 어른 할 것 없이 '아바타, 아바타' 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발상도 기막혔고, 내용이나 규모 면에서도 부족함이 없었다. 1000만 얘기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싶었다. 반전의 시발이 된 '토루크 막토'의 제압 과정이 깡그리 생략된 점이 옥에 티였다는 점만 빼고.

바로 앞줄에서 고교생 딸과 함께 관람한 40대 주부는 "두 번째 봤다. 너무 재밌다. 불과 며칠 전에 봤는데도 어쩌면 그렇게 생소한 장면이 많냐"면서 "예매가 쉽지 않다고는 하지만 기회가 되면 3D로도 보고 싶다"고 했다.

이튿날 일을 마치고 귀가하자마자 인터넷을 열어 3D를 예매했다. 오후 2시 50분을 시작으로 하루 4차례 상영하고 있었다. '맨 뒷줄 가운데'라는 조건을 맞추려니 9일 새벽의 마지막회밖에 없었다. 마침 휴일인 토요일 새벽이라 여러모로 딱이었다. 끝나면 새벽 3시 22분. 최대한 말짱한 정신으로 보기 위해 알람 맞추고 초저녁부터 잤다. 자정쯤 일어나 세수하고 편안한 복장으로 극장에 갔다. 입구에서 입장권을 체크하며 상영관을 안내하는 아가씨가 3D 관람용 플라스틱 안경을 나눠 줬다. 까만색 두툼한 플라스틱 테 안에 필름 끼워 놓은 게 전부였다. 상영관에 들어가기 전에 바깥에서 한번 써 봤다. 필름 색깔 때문에 주변이 어둡게만 보였지 빙빙 돈다든가, 울퉁불퉁 보인다든가 하는 다른 현상은 전혀 없었다. 그냥 카메라 필름을 눈에 대고 있는 거나 다름없었다. '이게 어떻게 영화를 입체화시킬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이번 상영관은 4관이었다. 터널 같은 어둑한 통로를 지나 상영관에 들어서자 '헉' 소리가 절로 나왔다. 새벽인 데도 맨 앞줄까지 사람들로 빼곡했다. 찬찬히 살펴보니 맨 앞줄과 두 번째 줄 맨 오른쪽 귀퉁이 두 자리만 비어 있었다. 대단했다. 3D에 대한 기대감도 컸지만, 사람들의 열기가 우선 분위기를 돋웠다.

'12세 이상 관람가'인데도 용케 엄마, 아빠 따라온 옆 자리 꼬마가 연방 안경을 썼다 벗었다 하며 "이게 뭐야, 뭐 하는 거야"하고 호기심을 나타냈다. 불과 사흘 전에 본 영화라 내용을 파악한 만큼 최대한 3D의 별난 점과 2D와의 차이점을 찾는 데 집중할 수 있었다.

일단 색상이 더 선명하다는 느낌부터 들었다. 그리고 극대화된 사실감, 공간의 입체감, 대자연의 원근감 등이 복합적인 신비로움으로 다가왔다. 특히 우주선 내부라든가, 링크실 같은 주변 환경과 사물의 원근이 확실한 장면에서 3D의 위력이 제대로 드러났다.

특히 판도라행성 원주민들에게 최루탄을 퍼붓는 장면이 압권이었다. 땅바닥에 튕긴 최루탄이 스크린 바깥으로 튀어나올 듯 정면으로 날아올 때 고개가 저절로 왼쪽으로 꺾였다. '아, 이거구나'하는 감탄사가 머릿속에서 터졌다. 한데 그 흥분이 줄곧 이어지지는 않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이게 3D구나' 하는 느낌은 사라졌다. 그새 눈이 3D 영상에 익숙해졌던 모양이다.

그래서 2D와의 차이점을 찾으려고 안경을 썼다 벗었다 하며 자꾸 초점을 바꿔봤다. 안경을 벗는다고 3D로 제작된 화면이 2D로 보이지는 않지만.

시간이 절반 이상 흐르자 눈이 아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영상은 저 멀리 있고, 자막은 코앞에 있어 영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말 그대로 '그림 따로, 글자 따로'였다.

다 그렇진 않지만, 일부 장면에선 영상을 보다가 자막을 보려면 인위적으로 눈동자의 초점을 조절해야 했다. 2D는 화면→자막→화면→자막으로 시선의 흐름이 자연스러운데 3D는 화면→초점 조절→자막→화면→초점 조절→자막과 같은 불편한 흐름이 불가피했다.

'굳이 불편한 안경을 끼고 3D로 봐야 하나'하는 반감마저 일었다. 더불어 아바타의 영상이 워낙 화려해 엄청난 3D의 효과가 반감됐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한 이해는 현실적인 불편함으로 인해 또 사그라지고 말았다. 안경의 날카로운 모서리에 눌려 콧날이 아프기 시작했다. 아픈 부위를 만져 보니 어디에 찍힌 것처럼 쏙 들어가 있었다.

일단 통증을 느끼자 안경이 극도로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잠시 벗었다 다시 끼면 또 그 자리가 눌려 아팠다. 1시간 이상 참아내기엔 그 통증이 여간 거슬리지가 않았다. 집중력이 떨어진 건 당연지사. 이미 본 영화라 내용을 꿰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처음 보는 영화였더라면....

물론 싸구려 안경 따위야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기에 그 불편함이 3D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 기준이 될 수는 없겠다. 하지만, 2D로도 충분한 감동을 얻었는데 굳이 안경이라는 불편을 감수해가면서 3D로 봐야 하나 하는 부정적인 느낌은 좀체 지워지지 않았다.

지나치게 큰 기대로 인한 부풀려진 반대급부인지도 모르겠다. 기자 혼자만의 느낌인가 싶어 상영관을 나서는 젊은 연인을 붙들었다. 마침 여성이 친구와 2D로 이미 아바타를 봤다고 했다. 3D에 대한 소감을 물었더니 "안경 때문에 어지러웠다"면서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오히려 그냥(2D)이 보기 편했던 것 같다"고 했다.

< 최재성 기자 kkachi@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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