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 페이퍼진] '아바타'의 흥행 성공요인

1000만 관객 초읽기에 들어간 '아바타'의 흥행 폭발은 사실 의외다. 한계가 많았기 때문이다. 이모션 캡처와 최첨단 CG(컴퓨터 그래픽), 3D 영상과 같은 기술적인 성취는 분명 '아바타'의 장점이다. 하지만 마케팅 전략으로 내세우기에는 부담스러웠다. 국내 관객은 기술보다 스토리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바타'의 스토리는 새롭지 않다. 스타가 출연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외국영화 흥행 신기록을 가볍게 갈아치웠다. 카메론 감독의 인기 만으로 설명하기도 힘들다. 복합적인 요인이 시너지효과를 일으킨 것이다.

▶감탄 자아내는 첨단 영상

'아바타'에는 4억 달러(추정)의 제작비가 들어갔다. 대부분 영상 혁명으로 평가받는 '이모션 캡처'에 투입됐다. 배우가 연기를 하고, 이를 CG로 처리했다. 배우들의 감정까지 세밀하게 잡아냈다. 배우의 움직임을 포착해 CG로 담아낸 '퍼포먼스 캡처'보다 진일보한 기술이다. 자연스러운 3D 영상도 한몫했다. 판도라 행성 홈트리의 숲과 나무, 익룡처럼 생긴 이크란의 비행은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또 스펙터클한 화면, 현란한 볼거리가 눈을 사로잡는다. 이 CG작업에 800명의 인원이 6개월 동안 매달렸다. '반지의 제왕' 연출자 피터 잭슨이 공동 소유한 뉴질랜드의 특수효과ㆍCG전문업체에서 작업했다.

▶스토리와 기술의 조화

첨단 영상은 '아바타'의 최대 장점.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스토리와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면, 모래성에 불과하다. '아바타'의 스토리는 진부하다. 많이 보고 들어온 얘기다. '늑대와 춤을', '원령공주' 등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많다. 정복자와 피정복자의 대결, 약자의 편에 서는 배신자, 그 배신자와 피정복자 남녀의 멜로로 짜여진 이야기는 익숙하다.

'아바타'는 뻔한 얘기를 최첨단 기술로 보완했다. 카메론은 마술사처럼 상투적인 스토리를 친숙한 스토리로 바꿔놓았다. 기술과 내용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 것이다. 한 가지 요소만 두드러졌다면, 흥행 폭발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진부한 얘기도 나름대로 개연성과 밀도를 갖고 있다면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카메론 감독의 발언은 주목할 만하다. 그는 최근 '뉴스위크'에 실린 피터 잭슨과의 대담에서 스토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영화는 기본적으로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다. 배우들은 대사와 연기로 관객의 마음에 호소한다. 이런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아바타'로 영상 혁명을 일으킨 감독의 말이어서 의미심장하다.

▶카메론 감독의 뚝심과 연출력

카메론 감독의 연출력도 빼놓을 수 없다. 일등공신이다. 전개와 결말이 뻔한데도 불구하고, 영화는 시종일관 흥미진진하다. 카메론은 새롭고 기발한 스토리로 승부하는 감독이 아니다. '아바타'의 시나리오는 몇 달만에 완성했다. '타이타닉'이 개봉됐을 때도, 진부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타이타닉'은 역대 수입 1위(18억4000만 달러)를 지키고 있다. 이제 '아바타'로 흥행 1, 2위를 독식하게 됐다. 그 비결은 물량 공세나 첨단 기술이 아니다. 12년 동안 한 작품에 매달려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 장인정신과 재미를 놓치지 않는 연출력이다.

▶한국인의 감성 자극하는 내용

지난해 한국영화 쌍끌이 흥행을 이끌었던 '해운대'와 '국가대표'는 소시민, 아웃사이더가 주인공이다. 관객들은 서민들의 재난 극복, 비인기종목인 스키점프 국가대표 선수들의 고난 극복 과정을 보며 눈물을 훔쳤다. 위대한 영웅이 아니라 상처가 있는 영웅들의 휴머니즘에 박수를 보냈다.

'아바타'도 비슷한 맥락이다. 무자비한 지구인 정복자들과 맞서 싸우는 나비족은 외형적으로 약자다. 지구인의 첨단 무기에 활을 쏘며 대항한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서부개척시대 백인과 인디언의 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나쁜 강자와 착한 약자의 대결이다. 나비족의 크고 선한 눈망울, 자연과 교감하며 사는 모습이 친근감을 느끼게 한다. 동일시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최소한 정서적 공감을 자아낸다. '트랜스포머'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인류의 보편 정서인 신화적 요소를 가미한 것도 성공 요인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인데도 상대적으로 거부감이 덜하다.

▶절묘한 개봉 타이밍

개봉 시점이 절묘했다. 겨울 방학과 연말 시즌임에도 뚜렷한 경쟁작이 없다. '셜록 홈즈', '나인' 등이 비슷한 시기에 개봉했지만, '아바타'의 흥행 가속도를 멈추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강동원 주연의 '전우치'가 500만 관객에 근접하며 선전하고 있지만, '아바타'의 파워에는 미치지 못한다.

　▶가족 관객, 재관람 효과

1000만 관객은 가족 관객, 재관람 관객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아바타'는 2D로 본 후 3D로 다시 보는 관객이 많다는 게 특징이다. 3D 스크린이 117개에 불과해 예매 관객이 밀려있을 정도다. 국내 관객들이 아바타에 익숙해져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컴퓨터 게임을 통해 많이 접해봤기 때문이다. 1999년 가상세계를 다룬 '매트릭스'가 처음 나왔을 때 느꼈던 생소함과 충격이 없다.

3D영화 '아바타'(감독 제임스 카메론)가 한국 영화계에 지진을 일으키고 있다. 외국영화 최초로 '꿈의 숫자'인 1000만 관객 돌파 초읽기에 들어갔다. '아바타'는 지난해 12월 17일 개봉된 후 한 달 만에 900만을 넘어섰다. 줄곧 예매율 70％를 유지하고 있다. 현재 추세라면, 1000만 관객은 꿈이 아니다. 흥행 돌풍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 외국영화 1000만 관객은 그동안 난공불락의 성으로 여겨졌다. 한국영화도 5편에 불과할 만큼 힘든 고지다. '아바타'는 그 마지노선 정복을 향해 힘차게 항해하고 있다. 그렇다면 '아바타'의 흥행 성공 요인은 뭘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왜 한국 관객들을 이토록 사로잡는 것일까. 그 이유를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 펀집자 주>

한국 관객 입맛 사로잡은 '최첨단 블록버스터'

CG-이모션 캡처-3D 기술력에 감독 연출력 '시너지 효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