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적관계' 이창호·강동윤 "바둑왕은 내 것"

내달 1일 시작될 제28기 바둑왕전 결승 3번기의 두 주역은 이창호(35)와 강동윤(21)으로 결정됐다. 여러 부분에 얽힌 둘 간의 기묘한 인연 때문에 이번 결승 카드는 특별히 흥미진진한 대결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팬들의 바둑 상식 점검을 겸해 패권의 향방을 문답식으로 쫓아가 보자.

①국내 랭킹은 이창호 1위, 강동윤은 4위다. 작년 이창호의 전적은 50승26패였다. 강동윤은 33승을 올렸는데 패국은 몇 판쯤 될까=놀랍게도 25패나 기록했다. 승률이 50위권에도 못 들었고, 10월엔 5연패를 당하기도 했다. 기분파로 기복이 심한 게 강동윤의 최대 약점이다.

②강동윤은 세계 타이틀인 후지쓰배 보유자다. 국내 타이틀은 몇 개나 갖고 있을까=없다. 보유해온 천원을 최근 박정환이 승계하는 바람에 무관(無冠)이 됐다.

③이창호는 21회 세계 제패 포함, 통산 138회나 우승했다. 현재 보유 중인 국내외 타이틀 수는?=2005년 이후 국제 무대 결승전에 9번 나갔지만 마이너기전 1개(중환배)를 따냈을 뿐이며 현재는 무관이다. 국내 타이틀은 중단 상태인 2개(왕위·전자랜드배)를 제외하면 2관왕(명인·바둑왕)이다.

④두 사람의 최근 1년간 결승전 승률은 누가 높나=이창호는 2009년 1월 이후 치른 7개의 국내 결승전 중 2개 대회서만 우승했다. 성공률 28.6%로 결승전 약세 징크스가 국내 대회까지 미쳤다. 강동윤은 같은 기간 천원전서 이세돌을, 후지쓰배서 이창호를 꺾고 우승해 100%를 마크했다.

⑤그렇다면 둘 간의 맞대결 통산 전적이 궁금해지는데=이창호가 5승, 강동윤은 12승을 각각 기록 중이다. 이창호에게 강동윤은 현재까지는 천적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마지막 4판을 강동윤이 모두 이기고 있다.

⑥결승전 성적만 비교한다면?=2007년 제4기 전자랜드배 때 처음 만나 강동윤이 2대1로 이겼다. 그후 2008년 농심배 예선 결승, 2009년 후지쓰배 결승도 강동윤이 가져갔다. 바둑리그에선 다섯 번 만나 강동윤이 전승했다. 특히 속기(速棋) 대결에서 이창호가 열세를 보였다.

⑦그렇다면 대표적 TV 속기전인 바둑왕전 결과는 보나마나 아닐까=이창호의 바둑왕전 우승 횟수는 10회에 이른다. 스승 조훈현(11회)에 이은 역대 2위 기록이다. 강동윤은 바둑왕전 결승전 진출 자체가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 27기 때 기회를 잡는 듯했지만 패자 결승에서 이창호에게 졌고 우승도 이창호에 돌아갔다.

⑧이번 결승서 두 기사가 만나기까지의 과정은?=강동윤이 무패로 승자조 1위를 차지, 일찌감치 최종 결승 3번기에 선착했다. 이창호는 승자조 3회전서 강동윤에 진 뒤 5연승, 최종전 진출권을 얻었다.

⑨최근 컨디션도 궁금하다=이창호는 원익배 결승서 박정환에게 분패한 뒤 아마추어에게도 일격을 당했으나 곧바로 1500승의 금자탑에 오르는 등 혼조세다. 강동윤은 지난 연말 이후 5승1패 중이지만 이창호와 마찬가지로 비씨카드배 1회전(64강전)서 탈락, 다소 의기소침해 있다.

⑩다른 변수가 있다면?=이창호는 2월 하순 중국 쿵제(孔杰)를 상대로 대형 국제 대회인 제14회 LG배 패권을 다툴 예정이다. 바둑왕전 결승 결과가 큰 영향을 끼칠 것이다. 강동윤은 지난해 하반기의 부진 여파로 이렇다 할 사냥감이 없어 이번 결승전에 최대한 올인해야 할 입장이다. 둘은 3월 중 맥심배 8강전에서도 격돌이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