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긴축정책에 이어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강력한 은행규제 방안으로 해외금융주 펀드 수익률에 빨간불이 켜졌다. 해외 금융주펀드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가 작년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과 글로벌 경기 회복 덕분에 수익률을 어느 정도 회복하는가 싶었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월가에 대한 '전쟁선포'로 또다시 직격탄을 맞게 됐다.
2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국내 금융주들은 이틀째 약세를 보였다. 우리금융이 4.61% 급락했다. KB금융(-2.59%)·하나금융(-2.03%)도 2% 넘게 하락했다.
하나대투증권 서동필 연구원은 "은행 투자를 제한하게 되면 해외 투자됐던 자금(캐리트레이드 자금), 특히 신흥시장 투자금이 회수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금융주 하락폭은 더 컸다. 지난 21일(현지시각) 오바마 대통령의 은행 규제 발언 이후 이틀(21~22일) 동안 JP모간이 10% 가까이 하락했다. 골드만삭스(-8.15%)·모건스탠리(-9.24%)·뱅크오브아메리카(-9.64%) 등도 휘청했다. 유럽계 은행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아 바클레이즈(-9.81%)·도이치뱅크(-8.19%)·BNP파리바(-4.45%) 등 대형 은행주들이 4~9% 급락했다.
21일 이후 주가 하락이 아직 펀드 수익률에 반영되지는 않았지만, 미국 금융주가 부진하면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해외 금융주펀드 수익률 역시 온전할 수 없다.
해외 금융주펀드 중에서 '한국투자월스트리트투자은행'과 '삼성글로벌파이낸셜서비스증권' 펀드의 경우 모건스탠리와 JP모간·골드만삭스·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오바마 대통령 은행규제의 직접적 타깃이 되는 주식을 상당 부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한국투자월스트리트투자은행 펀드는 모건스탠리·JP모간·골드만삭스·뱅크오브아메리카 보유 비중이 40%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 22일 기준으로 해외 금융주펀드 2년 평균 수익률은 -25%로 테마별 펀드 중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기매매(은행이 자기계산으로 투자하고 실적을 회수하는 투자활동 수익)를 금지하는 등 대형은행들의 업무영역과 규모를 제한하는 강력한 은행규제 방안을 발표했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주요 은행들의 2009년 상반기 자기매매로 벌어들인 수익이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에 달한다. 유럽계 대형은행들도 18.9% 정도다. 오바마 대통령의 규제 방안대로 은행들의 자기매매가 금지된다면 수익에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미국 상업은행 웰스파고는 "이번 법안이 적용되면 골드만삭스는 연간 순이익의 10~15% 정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대우증권 오대정 연구원은 "미국 금융주는 중국 긴축과 실업률 지표 부진 등 하락요인이 잠재된 상태에서 은행 규제방안 발표가 방아쇠가 되면서 급락했다"며 "규제안이 현실화될지를 떠나 안정성이나 수익률 면에서 해외금융주 펀드보다는 신흥시장 펀드에 투자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