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석 정책팀장의 Close up] 연말정산, 혜택 커진 교육·의료비 잘 챙겨라

매년 하는 연말정산이지만, 공제 내역이나 항목이 조금씩 달라지는 통에 연말정산 서류를 받아들면 궁금증이 쌓이다 못해 짜증이 날 지경이라는 직장인들이 많다. 어차피 국세청이 직장인들의 '유리지갑'을 손금 들여다보듯 하니 알아서 연말정산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연말정산 스트레스'라는 말이 생길 정도다.

납세 관련 정보가 점점 전산화되어 국세청에 집중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개인의 납세 관련 정보를 종합해 일방적으로 연말정산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럴 경우 대체로 납세자들의 부담이 커진다. 이런 의미에서 연말정산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세금을 많이 걷어가는 데 맞서 납세자들이 자기 권리를 찾는 절차이다.

그동안 낸 세금 중에 행정상의 착오로 지나치게 낸 부분은 없는지, 나에게 보다 유리하게 납세신고를 해 세금 납부액을 절약할 수 없는지 점검해 자기 권리를 찾는 과정이다. 예컨대 맞벌이 부부의 경우 자녀 공제를 누가 받는 것이 유리한지 따져보고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할 수 있다.

요즘에는 연말정산에 필요한 개인서류를 국세청이 인터넷을 통해 '원스톱'으로 제공하기 때문에 예전보다 절차가 한결 쉬워졌다. 직장인의 '13번째 월급'으로 불리는 근로소득세 연말정산을 정복하지 못한다면 재테크의 기본인 절세(節稅)에서 남들보다 뒤처지게 된다. 다소 복잡하긴 하지만, 연말정산은 세(稅)테크를 발휘할 '기회'인 셈이다.

◆연말정산이란

근로소득세는 연봉에 세율을 곱해서 내는 것이 아니다. 우선 연봉에서 비과세소득(식대·자가운전보조금 등)을 빼서 총급여액을 만든다. 그리고 총급여액에서 근로소득공제를 빼면 근로소득이 된다. 그리고 이 근로소득에서 연말정산의 각종 공제(교육비·의료비·신용카드 등)를 빼면 과세표준이 나온다. 과세표준은 세금을 매기는 기준이 되는 금액이니 이것을 줄이면 세금을 줄일 수 있다. '연말정산을 잘한다'는 말은 근로소득금액에서 최대한 공제를 받아서 과세표준을 작게 만들어 세금을 줄인다는 얘기다. 다음 단계부터는 국세청이 알아서 처리해 최종세액을 산출한다. 그런데 근로소득세는 국세청이 매달 월급봉투에서 일정액을 미리 걷기(원천징수) 때문에 최종세액에서 원천징수액을 빼야 한다. 보통 원천징수한 금액이 최종세액보다 많기 때문에 '환급'을 받게 된다.

◆올해 달라지는 것들

올해부터는 1인당 공제 금액이 1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늘어났다. 부양가족은 배우자나 자녀만이 아니라 생계를 같이하는 직계존속(부모·조부모)과 형제자매도 포함된다. 직계존속·형제자매에는 배우자 쪽 식구들도 해당된다. 직계존속은 함께 거주하지 않아도 공제를 받을 수 있지만 형제자매는 반드시 함께 거주해야 한다. 단, 취학 등의 이유로 일시적으로 따로 사는 경우는 함께 거주하지 않아도 부양가족으로 인정한다.

부모의 경우 연령 조건이 올해부터 남녀 모두 60세 이상으로 통일됐다. 작년까지는 남성 60세 이상, 여성 55세 이상이었다. 부양가족은 연간 소득액 합계액이 100만원 이하이고, 자녀의 경우는 만 20세 이하만 대상이다.

또 경로우대자 추가 공제의 경우 연령 조건이 65세에서 70세 이상으로 높아졌고, 금액도 1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줄었다. 1인당 100만원의 자녀양육비 공제 대상에는 위탁아동(18세 미만)이 추가됐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현금영수증·직불카드·기명식 선불카드 등의 사용액을 모두 합쳐서 총급여의 20%를 넘는 금액의 20%(500만원 한도)를 소득공제받을 수 있다. 현금영수증은 배우자와 자녀의 사용 금액도 합산되지만, 근로소득이 100만원 이하여야 한다.

교육비와 의료비의 경우 공제 대상과 금액이 모두 크게 늘어났다. 우선 부양가족의 의료비 공제 한도가 50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커졌다. 교육비 공제의 경우 1인당 50만원 이내에서 중·고등학교 교복 구입비 공제가 신설됐다. 취학 전 아동과 초·중·고등학생 교육비 공제 한도가 학생 1인당 2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올랐고, 대학생 교육비도 한도가 700만원에서 900만원으로 늘어났다.

주택 월세도 현금영수증홈페이지에서 현금거래 확인신청 신고서를 작성, 임대차계약서와 함께 국세청에 제출했다면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교육비-의료비 공제시 유의점

교육비의 경우 작년 8월에 자녀가 대학 수시모집에 합격, 미리 낸 대학 입학금은 이번 연말 정산 대상이 아니다. 의료비는 금액이 커서 반드시 챙겨야 하는 공제인데 사례별로 틀리기 쉬운 것들이 많다. 장남이 부양가족 공제를 받는 부모의 수술비를 차남이 부담한 경우 차남이 의료비 공제를 받을 수는 없다.

요즘 많이 이용하는 산후조리원은 의료비 공제에 해당되지 않는다. 간병비도 공제 대상이 아니다. 외국에 있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경우 의료비 공제를 받을 수 없다. 가족 중에 암환자가 있는 경우 항시 치료가 필요한 중증환자로 병원에서 장애인증명서를 발급받은 경우에만 장애인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의료비를 신용카드나 현금영수증으로 결제하면 의료비 공제와 함께 신용카드 공제도 받을 수 있다. 취학 전 아동의 학원비와 중·고교생의 교복구입비를 신용카드나 현금영수증으로 결제할 때도 교육비와 신용카드 둘 다 공제받을 수 있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자녀에 대한 기본공제는 남편이 받고, 자녀양육비 추가공제는 아내가 받을 수도 있다. 연말정산 때 빠뜨린 소득공제는 오는 5월에 실시하는 종합소득 과세표준 확정신고나 경정청구를 통해 추가로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국세청 'yesone' 서비스 이용은 필수

지난 15일부터 개통된 국세청의 연말정산간소화 서비스(www.yesone.go.kr)를 이용하면 각종 소득공제 자료를 손쉽게 구할 수 있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작년 연말부터 집으로 날아온 카드사나 보험사의 연말정산용 내역서를 따로 챙길 필요가 없다.

올해는 보험료, 의료비, 교육비, 주택자금, 신용카드, 개인연금저축, 연금저축, 퇴직연금, 주택마련저축, 소기업·소상공인공제부금, 장기주식형저축 등 11개 항목의 자료를 구할 수 있다. 기부금의 경우도 대한적십자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낸 것은 조회가 가능하다. 부모나 20세 이상 자녀 등 부양가족의 소득공제 내역까지 본인이 일괄 조회하기 위해서는 '가족 동의 신청'을 해야 한다. 만 20세 미만 자녀는 동의 절차가 필요 없다.

상담원과 직접 통화를 하고 싶다면 국세청 통합콜센터(국번 없이 126번)나 '110 정부민원 안내콜센터(국번 없이 110)'를 이용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