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중국 VS. 중국

〈제1보〉(1~16)=중국바둑을 '위협적'이라고 부를 단계는 어느덧 지나갔다. 영원히 한국에 머물 것 같던 주도권을 그들이 채 갔기 때문이다. 개인전 단체전을 가릴 것 없이 온통 중국기사들이 득세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은 한국의 꼭 2배인 6개의 세계타이틀을 휩쓸어갔다. 가장 최근 끝난 삼성화재배 때는 중국 기사끼리 패권을 다퉈 우리 팬들에게 충격을 안긴 바 있다. '중국 대 중국' 카드는 더 이상 얘깃거리도 아니다.

중국 톱스타 구리(古力·27) 대 중견 퍄오원야오(朴文堯·22) 간의 준준결승전. 퍄오는 조선족으로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지만 엄연한 중국 국민이다. 구리가 한 움큼 쥔 백돌 앞에 퍄오가 흑 돌 1개를 올려놓는다. 홀수면 퍄오의 흑이다. 백돌은 무려 22개. 구리가 뭔가에 쫓기듯 빠른 손길로 흑1 화점을 차지했다.

9까지 주도권 장악을 위한 쌍방의 암중모색이 치열하다. 14는 어땠을까. 15의 협공이 한눈에 보인다. 15와 9가 호응해 우하귀 백이 다소 외로운 형상. 그래서 이 포진에선 보통 백14로 '가'에 꽉 이어 참고도의 진행을 택한다. 퍄오는 무려 15분이나 고심하더니 16의 날일자 행마로 형태 정비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