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아바타' 영화홍보사가 밝히는 1000만의 비밀
입력 : 2010.01.31 15:45
1000만 영화의 연속이다. 지난 2006년 영화 '한반도' '괴물' 이후 꿈의 숫자로만 보였던 1000만 영화가 지난해 '해운대'에 이어 '아바타'까지 이어졌다. 1000만은 신이 정한다는 영화계 속설이 있지만 '해운대'와 '아바타' 성공 포인트에 영화홍보마케팅사 영화인이 공통적으로 자리하고 있어 관심을 끌었다. 그래서 '해운대' '아바타'를 홍보한 영화인의 신유경 대표에게 1000만 비하인드 스토리를 직접 들었다.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먹는다.
영화홍보마케팅사 영화인은 국내에서 1000만 영화를 가장 많이 홍보한 회사다. '왕의 남자' '태극기 휘날리며'에 이어 '해운대' '아바타'까지 총 6편의 1000만 영화 중 4편을 홍보했다. 이런 성적이 단순한 우연 또는 행운이라고 하기엔 뭔가 설명이 부족하다.
신유경 대표는 "올해 11년 째 영화홍보마케팅을 해온 회사의 노하우를 믿는 것 같다. '1000만 영화를 경험한 곳이니까 아무래도 잘하지 않겠냐'는 믿음 때문에 규모가 큰 영화가 제작되면 우리를 찾는 것"이라며 "그러다보니 1000만 가능성이 높은 영화들과 인연이 맺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꿈의 숫자라는 1000만을 만들기 위해서 영화인이 쏟아붓는 열정은 어느 정도일지 궁금했다.
신 대표는 "홍보란 일이 원래 업무량이 많지만, 1000만이 됐다는 건 직원들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는 말과 똑같다. 야근은 기본이다. 가끔 직원들과 회식이나 술 한 잔 하자고 얘기 꺼내기가 미안할 정도로 업무량이 많아서 정말 안타깝다"고 고백했다. "예전보다 매체도 훨씬 많아지고 인터넷 환경도 좋아져 홍보 업무가 점점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해운대'는 윤제균 감독을 홍보소재로 사용했다.
'해운대' 개봉 전 1000만을 기대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실패 수순을 밟는 거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관측까지 나왔던 상황. 그런데 신유경 대표는 1000만을 확신했다.
신 대표는 "윤제균 감독에 주목했다. 윤 감독의 전작들이 코미디였지만 사람을 웃고 울릴 수 있는 능력은 충분하다고 믿었다. 시나리오 역시 쉬운 이야기에 넓은 세대 공감대까지 포진하고 있어 볼거리인 CG만 해결되면 문제없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녀는 "그럼에도 윤제균 감독은 '해운대' 홍보에서 최대 약점이었다. '두사부일체' '색즉시공' 등의 코미디를 연출한 감독이 블록버스터 재난영화를 만든다는 게 관객들에겐 부정적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2007년 '디워'를 심형래 감독 마케팅으로 성공시킨 것처럼 윤제균 감독도 부정적 견해를 깨야한다는 전략을 세웠다"고 털어놨다. 이 전략에 따라 영화인은 코미디 감독 윤제균의 도전 스토리를 통해 '해운대'의 CG와 기술적인 성공보다 인간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자연스럽게 영화의 초점도 눈물과 웃음이 있는 드라마로 넘어갔고, 사람 이야기를 강조했다. 영화인의 마케팅 전략은 주효했다. 처음 반짝 화제가 됐던 쓰나미 CG보다 설경구-하지원, 박중훈-엄정화, 이민기-강예원, 김인권 등의 이야기에 사람들이 빠져들었고 결국 1000만을 넘어섰다.
'해운대'의 성공에 대해 기대치를 낮추는 마케팅의 승리라는 관점에 대해 신 대표는 "그런 전략을 세운 적은 없었다. 사실 우린 기대를 가지고 티저 포스터와 예고편을 공개했는데, 관객들의 눈높이가 너무 높았는지 기대에 못 미쳤다"며 "당시 그렇게 비웃음을 많이 받긴 처음이었다. 의도하지 않게 영화 기대치를 낮추게 됐지만 우리 계획대로 휴먼 스토리로 밀고 나갔다"고 살짝 털어놨다.
▶'아바타' 1000만은 예상 못했다.
'아바타'는 외화로서는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넘겼다. 아무리 '타이타닉'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라지만 시고니 위버를 제외하곤 국내에 유명한 배우도 없었고, 영화의 대부분이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된 3D영화라 성공을 점치는 사람은 몇 없었다.
그녀는 "'아바타'는 쉬운 이야기, 보편적 정서, 인간적인 캐릭터에 볼거리까지 충분했다. 그럼에도 외화라는 핸디캡 때문에 1000만은 솔직히 예상 못했다"고 고백했다.
신유경 대표는 '아바타'를 보자마자 '영상혁명'이란 카피를 바로 생각해냈다. 그정도로 강렬했다. 그런데 '아바타'는 당초 관객들에게 3D 애니메이션으로만 알려져 있었다. 그녀는 "우선 '아바타'에게서 3D 애니메이션이란 잘 못 입혀진 옷을 빨리 벗기는 게 중요했다.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로 인식시키는게 급선무였다. 그 다음이 1000만을 위해선 재관람이 필수였다. 그래서 2D로 본 관객을 3D로 다시 관람할 수 있게 유도하는 홍보를 펼쳤다"고 밝혔다.
영화인의 홍보전략은 그대로 적중했다. 아직도 '아바타'의 3D 아이맥스 관람은 표를 구하기가 어렵고, 친구들 사이에서 '아바타 봤니?'가 아니라 '아바타 뭘로 봤니?'가 당연한 질문이 되도록 만들었다. 당초 계획대로 착착 맞아들어간 것이다.
1000만 영화를 연이어 성공시킨 영화인은 사실 한국 영화 홍보계의 산실이다. 현재 영화 홍보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이 영화인 출신이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는 많은 영화홍보사들이 영화인에서 파생됐다.
영화 홍보계에서 왕언니로 통하는 신 대표는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 영화에 대한 열정만으로 일하기 보다는 업무량에 맞는 댓가를 받기를 바란다"며 "영화 홍보가 중요하고 전문 분야라면 노하우가 전수되고 점점 발전해야 하는데 자꾸 떠나는 환경이 돼 안타깝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어 그녀는 "나를 비롯한 선배들이 지금의 영화 홍보 환경을 개선하지 않으면 다음 세대가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
영화홍보마케팅사 영화인은 국내에서 1000만 영화를 가장 많이 홍보한 회사다. '왕의 남자' '태극기 휘날리며'에 이어 '해운대' '아바타'까지 총 6편의 1000만 영화 중 4편을 홍보했다. 이런 성적이 단순한 우연 또는 행운이라고 하기엔 뭔가 설명이 부족하다.
신유경 대표는 "올해 11년 째 영화홍보마케팅을 해온 회사의 노하우를 믿는 것 같다. '1000만 영화를 경험한 곳이니까 아무래도 잘하지 않겠냐'는 믿음 때문에 규모가 큰 영화가 제작되면 우리를 찾는 것"이라며 "그러다보니 1000만 가능성이 높은 영화들과 인연이 맺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꿈의 숫자라는 1000만을 만들기 위해서 영화인이 쏟아붓는 열정은 어느 정도일지 궁금했다.
신 대표는 "홍보란 일이 원래 업무량이 많지만, 1000만이 됐다는 건 직원들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는 말과 똑같다. 야근은 기본이다. 가끔 직원들과 회식이나 술 한 잔 하자고 얘기 꺼내기가 미안할 정도로 업무량이 많아서 정말 안타깝다"고 고백했다. "예전보다 매체도 훨씬 많아지고 인터넷 환경도 좋아져 홍보 업무가 점점 늘어났다"고 덧붙였다.
▶'해운대'는 윤제균 감독을 홍보소재로 사용했다.
'해운대' 개봉 전 1000만을 기대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실패 수순을 밟는 거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관측까지 나왔던 상황. 그런데 신유경 대표는 1000만을 확신했다.
신 대표는 "윤제균 감독에 주목했다. 윤 감독의 전작들이 코미디였지만 사람을 웃고 울릴 수 있는 능력은 충분하다고 믿었다. 시나리오 역시 쉬운 이야기에 넓은 세대 공감대까지 포진하고 있어 볼거리인 CG만 해결되면 문제없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녀는 "그럼에도 윤제균 감독은 '해운대' 홍보에서 최대 약점이었다. '두사부일체' '색즉시공' 등의 코미디를 연출한 감독이 블록버스터 재난영화를 만든다는 게 관객들에겐 부정적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2007년 '디워'를 심형래 감독 마케팅으로 성공시킨 것처럼 윤제균 감독도 부정적 견해를 깨야한다는 전략을 세웠다"고 털어놨다. 이 전략에 따라 영화인은 코미디 감독 윤제균의 도전 스토리를 통해 '해운대'의 CG와 기술적인 성공보다 인간적인 측면을 강조했다. 자연스럽게 영화의 초점도 눈물과 웃음이 있는 드라마로 넘어갔고, 사람 이야기를 강조했다. 영화인의 마케팅 전략은 주효했다. 처음 반짝 화제가 됐던 쓰나미 CG보다 설경구-하지원, 박중훈-엄정화, 이민기-강예원, 김인권 등의 이야기에 사람들이 빠져들었고 결국 1000만을 넘어섰다.
'해운대'의 성공에 대해 기대치를 낮추는 마케팅의 승리라는 관점에 대해 신 대표는 "그런 전략을 세운 적은 없었다. 사실 우린 기대를 가지고 티저 포스터와 예고편을 공개했는데, 관객들의 눈높이가 너무 높았는지 기대에 못 미쳤다"며 "당시 그렇게 비웃음을 많이 받긴 처음이었다. 의도하지 않게 영화 기대치를 낮추게 됐지만 우리 계획대로 휴먼 스토리로 밀고 나갔다"고 살짝 털어놨다.
▶'아바타' 1000만은 예상 못했다.
'아바타'는 외화로서는 처음으로 1000만 관객을 넘겼다. 아무리 '타이타닉'의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라지만 시고니 위버를 제외하곤 국내에 유명한 배우도 없었고, 영화의 대부분이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된 3D영화라 성공을 점치는 사람은 몇 없었다.
그녀는 "'아바타'는 쉬운 이야기, 보편적 정서, 인간적인 캐릭터에 볼거리까지 충분했다. 그럼에도 외화라는 핸디캡 때문에 1000만은 솔직히 예상 못했다"고 고백했다.
신유경 대표는 '아바타'를 보자마자 '영상혁명'이란 카피를 바로 생각해냈다. 그정도로 강렬했다. 그런데 '아바타'는 당초 관객들에게 3D 애니메이션으로만 알려져 있었다. 그녀는 "우선 '아바타'에게서 3D 애니메이션이란 잘 못 입혀진 옷을 빨리 벗기는 게 중요했다.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로 인식시키는게 급선무였다. 그 다음이 1000만을 위해선 재관람이 필수였다. 그래서 2D로 본 관객을 3D로 다시 관람할 수 있게 유도하는 홍보를 펼쳤다"고 밝혔다.
영화인의 홍보전략은 그대로 적중했다. 아직도 '아바타'의 3D 아이맥스 관람은 표를 구하기가 어렵고, 친구들 사이에서 '아바타 봤니?'가 아니라 '아바타 뭘로 봤니?'가 당연한 질문이 되도록 만들었다. 당초 계획대로 착착 맞아들어간 것이다.
1000만 영화를 연이어 성공시킨 영화인은 사실 한국 영화 홍보계의 산실이다. 현재 영화 홍보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들이 영화인 출신이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는 많은 영화홍보사들이 영화인에서 파생됐다.
영화 홍보계에서 왕언니로 통하는 신 대표는 "후배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 영화에 대한 열정만으로 일하기 보다는 업무량에 맞는 댓가를 받기를 바란다"며 "영화 홍보가 중요하고 전문 분야라면 노하우가 전수되고 점점 발전해야 하는데 자꾸 떠나는 환경이 돼 안타깝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어 그녀는 "나를 비롯한 선배들이 지금의 영화 홍보 환경을 개선하지 않으면 다음 세대가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박종권 기자 jkp@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