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 환율… 환테크 최대한 자제하라

환율 하락세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9월 초 1달러당 1250원에 달했던 원화 환율은 석 달 새 하락을 거듭, 지난달 11일 1달러당 1119원을 찍더니, 이후 보름 만인 지난 26일 1달러당 1164원까지 4% 반등했다.

수출 기업들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지만, 환율의 추가 하락을 기대해 왔던 기러기 아빠들이나 해외 연수자의 가족들은 최적의 송금 타이밍을 놓친 것이 아닌지 불안해하고 있다.

앞으로 환율이 계속 상승할지, 하락할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당분간 환율이 방향을 잃고 널뛰기를 하리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환율을 움직이는 각종 변수들은 점점 종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요즘 같은 환율 혼란기에는 적극적인 환테크가 독이 될 수도 있다"면서 "환율의 변동폭을 염두에 두고 방어적 환테크를 벌여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대세하락 중에 방향성 잃은 환율

전문가들은 최근까지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의 대세(大勢) 하락을 점쳐왔다. 경상수지 흑자가 누적되면서 국내 달러 사정이 넉넉해졌고, 아시아와 남미 신흥국들의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면서 달러 약세도 예상됐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현금(달러)을 버리고 우리나라와 같은 해외 증시에 투자하면서 달러 대비 신흥국 통화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올랐다. 연초 많은 환율 전문가들이 상반기 중 1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1100원대 아래로 내려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최근 그리스의 금융위기 가능성이 제기되고, 미국과 일본 선진국의 적자 재정과 경기 회복세 둔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투자를 거둬들이고 다시 현금(달러)을 보유하려는 심리가 강해지면서 예상 외의 달러 강세가 나타나고 있다. 30일에는 미국 경기가 예상보다 높은 회복세를 보였다는 소식이 달러 강세로 이어지면서 해외 주요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는 지난 6개월 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환은행 외환운용팀 김두현 차장은 "돌발적 악재들을 뚫고 세계 경제의 회복세가 확인되더라도 이것이 환율을 끌어 내릴지, 반대로 (금리를 높이고 돈을 거둬들이는) 출구전략으로 이어져 환율을 끌어 올릴지 단정하기 힘들다"면서 "이래저래 환율의 방향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환율 변동폭을 예상하고 대처하라

환율이 일정 방향으로 움직일 때는 환테크가 쉽다. 환율이 계속 내릴 때는 보유한 외화를 빨리 쓰고, 해외에서는 신용카드를 사용하며, 송금은 가능한 한 미루는 한편, 해외 펀드에는 환헤지(환위험 회피)를 걸어 놓아야 한다. 반대로 환율이 계속 오를 것 같으면 외화를 좀 더 갖고 있고, 해외에서는 현금을 써야 하며, 송금은 더 오르기 전에 하고, 해외 펀드의 환헤지는 풀어야 한다. 외화 대출은 환율 하락기에 유리하고, 환율 상승기에는 아예 멀리하는 게 상책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환율의 방향이 일정치 않을 때에는 이런 틀에 박힌 전략이 소용없다. 오히려 한쪽 방향에 기대를 걸었다가 큰 손해를 볼 수도 있다.

이럴 때는 환율의 예상 변동폭을 염두에 두고, 환율이 떨어질 때 외화를 분할 매입해 평균 매입 단가를 계속 낮추는 전략이 상책이다.

외환은행 해외고객센터 이종면 팀장은 "환율이 (예상 변동폭의) 하한선에 가까워지면 외화를 사서 예금하고, 상한선에 다가가면 적립해 놓은 돈을 팔거나 송금하는 방식으로 관리하라"고 조언했다. 일부 은행들은 정해 놓은 환율에 달하면 자동으로 외화를 사고파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현재 산업은행과 삼성·우리·농협선물 등 외환 선물회사들이 거의 매일 환율 변동폭에 대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들이 보는 다음 주 초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 변동폭은 대체로 1150~1160원대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은 상승 압력이 여전하지만, 큰 폭의 상승은 어렵다"면서 "1150원 아래로의 하락도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