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M&A 매물 쌓이는데… 기업은 현금만 쌓는다
입력 : 2010.02.01 06:50
최근 하이닉스도 불발 주주인 공기업들 몸 달아
대기업들 '실탄'은 넉넉 경기회복 불확실해 주저
은행들도 대출 소극적
올해 기업 M&A(인수·합병) 시장에 대형 매물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반해 매수여력이 있는 기업들은 들어오는 현금을 계속 금고에 쌓아두기만 할 뿐, 기업 매물들을 사려는 움직임이 거의 없다. 한쪽에서는 팔려 나온 기업들이, 다른 한쪽에서는 투자 목적의 현금이 쌓이면서도 서로 결합점을 찾지 못하는 양상이다.
이 때문에 수익성 강화를 위해 하루빨리 보유한 기업 주식을 처분하고 싶어하는 채권금융회사들은 난감해 하고 있다. 반면 지난해 예상 밖의 좋은 실적으로 현금 동원력이 더욱 풍부해진 기업들은 뒷짐을 진 채 느긋한 모습이다. 새해 국내 M&A 시장의 두 얼굴이다.
◆잇따르는 대어(大魚) 매물
지난 29일 공개경쟁입찰 시한이 마감된 하이닉스에는 단 한 명의 인수 희망자도 나타나지 않았다. 작년 9월 첫 번째 공개매각 때 효성그룹이 단독 응찰했다가 포기한 데 이어, 두 번째 공개 매각에서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하이닉스 주주협의회 관계자는 "대주주 지분을 일괄 매각하는 방안은 물론, 일부를 조각 내 파는 방안 등을 모두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갖 방안을 다 고려할 만큼 매각이 순탄치 않다는 뜻이다.
하이닉스 외에도 올해 대우인터내셔널·대우조선해양·현대건설 등 정부가 대주주로 있는 대형 기업들이 M&A 시장에 나왔거나 나올 예정이다. 하지만 POSCO가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밝힌 대우인터내셔널 정도를 제외하면 나머지 기업에는 입질조차 거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산업은행이 사모펀드를 통해 인수하기로 한 대우건설의 경우 올 초 동국제강이 공개적으로 인수 의향을 밝혔지만, 인수 검토 의사를 밝힌 다음 날 이 회사 주가가 장중 한때 7% 가까이 급락했다. 동국제강이 과연 대우건설을 인수할 만한 자금여력이 있을지, 건설경기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우건설 인수가 실익(實益)이 있을지 등 쟁점에 대해 시장이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수익성 강화를 위해 하루빨리 보유한 기업 주식을 처분하고 싶어하는 채권금융회사들은 난감해 하고 있다. 반면 지난해 예상 밖의 좋은 실적으로 현금 동원력이 더욱 풍부해진 기업들은 뒷짐을 진 채 느긋한 모습이다. 새해 국내 M&A 시장의 두 얼굴이다.
◆잇따르는 대어(大魚) 매물
지난 29일 공개경쟁입찰 시한이 마감된 하이닉스에는 단 한 명의 인수 희망자도 나타나지 않았다. 작년 9월 첫 번째 공개매각 때 효성그룹이 단독 응찰했다가 포기한 데 이어, 두 번째 공개 매각에서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하이닉스 주주협의회 관계자는 "대주주 지분을 일괄 매각하는 방안은 물론, 일부를 조각 내 파는 방안 등을 모두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온갖 방안을 다 고려할 만큼 매각이 순탄치 않다는 뜻이다.
하이닉스 외에도 올해 대우인터내셔널·대우조선해양·현대건설 등 정부가 대주주로 있는 대형 기업들이 M&A 시장에 나왔거나 나올 예정이다. 하지만 POSCO가 적극적인 인수 의지를 밝힌 대우인터내셔널 정도를 제외하면 나머지 기업에는 입질조차 거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산업은행이 사모펀드를 통해 인수하기로 한 대우건설의 경우 올 초 동국제강이 공개적으로 인수 의향을 밝혔지만, 인수 검토 의사를 밝힌 다음 날 이 회사 주가가 장중 한때 7% 가까이 급락했다. 동국제강이 과연 대우건설을 인수할 만한 자금여력이 있을지, 건설경기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우건설 인수가 실익(實益)이 있을지 등 쟁점에 대해 시장이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실탄 여력은 어느 때보다 충분
M&A 시장의 썰렁한 분위기와 반대로, 올해 주요 기업들의 실탄은 어느 때보다 풍부한 편이다. 최근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 등 15개 주요 대기업의 현금성 자산(현금과 만기 1년 이내의 금융자산)은 작년 말 기준으로 약 42조800억원을 기록, 전년에 비해 약 47%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약 12조4000억원, 현대차와 POSCO는 각각 7조3600억원, 6조7500억원 상당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대기업들의 곳간이 넉넉해 진 것은 지난해 금융위기의 와중에 비용과 신규투자를 모두 줄였기 때문이다. 위기에 대비해 잔뜩 긴축경영을 했는데 예상 외로 기업실적이 좋아지면서 상당한 양의 현금이 쌓이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 본사의 경우 지난해 투자 금액이 전년의 절반에 불과한 5조5000억원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M&A 시장의 썰렁한 분위기와 반대로, 올해 주요 기업들의 실탄은 어느 때보다 풍부한 편이다. 최근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 등 15개 주요 대기업의 현금성 자산(현금과 만기 1년 이내의 금융자산)은 작년 말 기준으로 약 42조800억원을 기록, 전년에 비해 약 47%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약 12조4000억원, 현대차와 POSCO는 각각 7조3600억원, 6조7500억원 상당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대기업들의 곳간이 넉넉해 진 것은 지난해 금융위기의 와중에 비용과 신규투자를 모두 줄였기 때문이다. 위기에 대비해 잔뜩 긴축경영을 했는데 예상 외로 기업실적이 좋아지면서 상당한 양의 현금이 쌓이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 본사의 경우 지난해 투자 금액이 전년의 절반에 불과한 5조5000억원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후 경기 불투명" M&A 주저
주요 기업들이 충분한 현금을 확보해 뒀지만 정작 M&A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곳은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원인은 뭘까.
시장 전문가들은 불투명한 경기회복 전망을 첫 번째 이유로 꼽는다. 올해부터 각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통한 출구전략을 시행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막상 경기상황은 생각만큼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유럽에서 그리스가 국가부도설에 시달리는가 하면, 일본 같은 경제대국조차 과도한 국채 발행으로 인해 국가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조정됐다. 중국은 긴축정책에 나서고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의 월가 전쟁 선포로 금융시장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둘째 원인은 지난해 몇몇 기업들이 과도한 인수·합병의 후유증으로 '승자의 저주'에 빠졌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섰다가 발을 뺀 한화그룹이나 지난해 하이닉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부정적인 여론에 밀려 맥없이 물러났던 효성그룹의 사례도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금융위기 이후 재무안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M&A 이슈가 기업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내부 현금을 많이 가진 기업조차도 경제상황이 호황국면에 진입했다는 확신이 들기 전에는 인수·합병에 나서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셋째, 기업 인수·합병 과정에서 돈줄 역할을 해줘야 할 금융기관들이 자금 대출에 소극적인 것도 M&A 시장을 얼어붙게 만든 또 다른 이유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돈이 되겠다 싶어 기업에 대출을 해주고 싶어도 리스크(위험) 관리 파트에서 반대가 심해 못해주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러저러한 이유 때문에 올해 국내 M&A 시장은 매도자와 매수자가 평행선을 달리는 기현상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주요 기업들이 충분한 현금을 확보해 뒀지만 정작 M&A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곳은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원인은 뭘까.
시장 전문가들은 불투명한 경기회복 전망을 첫 번째 이유로 꼽는다. 올해부터 각국이 기준금리 인상을 통한 출구전략을 시행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막상 경기상황은 생각만큼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유럽에서 그리스가 국가부도설에 시달리는가 하면, 일본 같은 경제대국조차 과도한 국채 발행으로 인해 국가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조정됐다. 중국은 긴축정책에 나서고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의 월가 전쟁 선포로 금융시장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둘째 원인은 지난해 몇몇 기업들이 과도한 인수·합병의 후유증으로 '승자의 저주'에 빠졌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섰다가 발을 뺀 한화그룹이나 지난해 하이닉스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부정적인 여론에 밀려 맥없이 물러났던 효성그룹의 사례도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조윤남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금융위기 이후 재무안정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M&A 이슈가 기업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내부 현금을 많이 가진 기업조차도 경제상황이 호황국면에 진입했다는 확신이 들기 전에는 인수·합병에 나서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셋째, 기업 인수·합병 과정에서 돈줄 역할을 해줘야 할 금융기관들이 자금 대출에 소극적인 것도 M&A 시장을 얼어붙게 만든 또 다른 이유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돈이 되겠다 싶어 기업에 대출을 해주고 싶어도 리스크(위험) 관리 파트에서 반대가 심해 못해주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러저러한 이유 때문에 올해 국내 M&A 시장은 매도자와 매수자가 평행선을 달리는 기현상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