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 MONEY] 시중 자금의 '블랙홀' 공모주시장

새해 들어 공모주 청약 시장이 시중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지난달 29일 공모주 청약을 마감한 인포바인의 청약경쟁률은 791.12대1을 기록했다. 공모주 청약을 받기 위한 청약증거금(청약금액의 50% 안팎)은 1조1748억원에 달했다.

27일 마감된 모베이스 공모주 청약 경쟁률도 704대1을 기록하며 1조3328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지난달 22일 에너지 공기업인 한국지역난방공사 공모주 청약에는 2조4880억원의 자금이 쏠렸다. 2007년 6월 삼성카드 공모주 청약(5조9567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이에 따라 올 들어 공모주 청약을 실시한 13개 기업의 평균 경쟁률은 352대1에 달했고, 여기에 몰린 시중 자금은 10조원을 넘어섰다.

이달에는 대한생명이 2조~3조원 규모의 공모주 청약에 나서고, 국내 최초로 기업인수목적회사(SPAC)가 공모주 시장에 등장한다. SPAC란 일반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집해 증시에 상장한 뒤, 주로 비상장 우량업체를 합병해 우회상장함으로써 수익을 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개인투자자들도 적은 돈으로 M&A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이달 대우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설립한 SPAC가 각각 500억~1000억원, 200억원 규모로 공모주 청약에 나설 예정이다.

공모를 마치고 증시에 신규 상장된 새내기주들은 대체로 선방했다. 밀폐용기 제조업체인 락앤락 공모주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현재 공모가(1만5700원) 대비 40% 수익률을 올렸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상장 첫날 주가가 하한가를 기록했지만, 시초가(처음 거래되는 가격)가 높게 형성되면서 공모가 대비 70%의 수익률을 냈다.

최근 공모주 투자 열기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내외 주식형펀드나 머니마켓펀드(MMF) 등에서 빠져나간 자금이 '게릴라성'으로 이곳저곳 몰려다니고 있다고 분석했다.

조양훈 한국투자증권 기업금융부 부장은 "과거에는 공모가가 저평가되어 있다는 인식이 많아 공모주 청약경쟁률이 높으면 주가도 잘나간다는 공식이 통했지만, 지금은 갈 곳을 잃은 시중 자금의 단순한 '쏠림' 현상 성격이 강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일반 주식 투자할 때처럼 동종업종 내 다른 종목에 비해 저평가됐는지 여부 등을 꼼꼼히 따져야 수익률을 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 일주일 동안 주식시장이 G2(미국·중국)발(發) 리스크로 조정세를 보이고 있어 공모주 투자수익률이 단기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