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딩과 숲, 사진과 그림의 하모니

임상빈의 개인전 《Encounter》는 서울과 뉴욕이라는 두 거대 도시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보여주고 있다.

작가가 전시 제목 'Encounter'에 대해 '만남/관계/충돌'이라고 표현했듯이, 두 도시에 대한 작가의 시선은 단순하지 않다. 작품 〈센트럴 파크-뉴욕1〉은 뉴욕에 있는 센트럴 파크 호수에서 물놀이를 하고 있는 사람들을 담았다. 물놀이를 하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한국 사람임을 발견하면서 동시에 이 호수에서는 물놀이가 금지돼 있음을 깨닫게 된다. 작가가 미국이 아니라 한국 홍천에서 물놀이하던 사람들을 찍어 디지털 작업으로 옮겨놓은 것이다. 멀리서 보면 보통 사진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지나치게 과장되고 논리에 맞지 않는 초현실주의 작품을 연상하게 한다. 사진도 한순간을 담은 것이 아니라 여러 시간에 걸쳐 찍은 수많은 컷을 디지털 작업을 통해 화면에 집적해 놓았다. 부옇게 보이는 하늘은 작가가 직접 그린 뒤 디지털 작업으로 사진 위에 옮겨 놓았다.

작품 〈센트럴 파크-뉴욕2〉는 센트럴 파크 안의 호수에서 사람들이 한가롭게 보트를 타고 있다. 들여다보면 호수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떠 있을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작가가 하루 내내 찍은 사람들의 모습을 한꺼번에 화면에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작품 〈덕수궁〉에서는 청계천 광장에 놓여 있는 클래스 올덴버그의 조각 작품 〈스프링〉이 커다란 빌딩처럼 솟아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임상빈의 작품들은 이렇게 우리 삶이 아날로그와 디지털, 자연과 인공이 혼재한 상황이라고 말해준다.

작품 〈서울의 남향〉도 작가의 흥미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도시인들은 높은 빌딩이 주(主)가 되고 그 밖의 공간을 자연이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작가는 자연의 입장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니, 자연 주변에 빌딩 숲이 둘러싸여 있다고 느꼈다. 작가는 "서울을 멀리서 조망해 보니 자연의 에너지가 더 강하고 빌딩들이 오히려 약해보였다"면서 "자연과 인공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일부러 빌딩의 높이를 더 높였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 나오는 작품들 대부분은 빌딩 같은 도시의 거대 구조물이 주가 되고 사람은 상대적으로 미미하게 그려지고 있다. 작가는 삼풍백화점 참사 때 기적처럼 사고를 피해갈 수 있었다면서 "그때부터 거대 구조물이 인간의 운명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생각해왔다"고 말했다. 작가는 또 유학 시절인 2003년 뉴욕에서 대규모 정전(停電)을 겪으면서 뉴욕 같은 대도시가 갖는 매력과 위험이라는 이중성을 목격했다고 한다. 전시는 서울 강남구 청담동 PKM트리니티 갤러리에서 25일까지 열린다. (02)515-94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