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아수라장(阿修羅場)

〈제5보〉(101~132)=퍄오 五단은 17세이던 2005년 제10회 LG배 때 처음 국제무대에 등장, 대뜸 4강까지 진격해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던 기사. 하지만 구리와 만나기만 하면 1년 전의 제4회 도요타덴소배 결승전, 4월 비씨카드배 8강전서 잇달아 패하는 등 악연이 계속돼 왔다. 상승세를 탈 때마다 번번이 구리에게 발목을 잡혔던 퍄오는 결연한 표정으로 매 수마다 공을 들이고 있다.

101은 피아(彼我)간 근거의 요충임이 확실하지만 지금으로선 문제수. 정답은 '가'의 곳이었다. 자체 실리로도 크거니와, 백은 우하귀 대마 삶을 위해 109에 붙여가야 하는데 좌하귀 백에 대한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그 수순을 빼먹고 101에 간 순간 퍄오의 기민한 솜씨가 폭발한다. 103의 파호를 유도한 뒤 107까지 스스로 고립을 택하더니 108의 패(覇)를 강행하고 나선 것. 중앙의 수순은 팻감 공작이었던 셈이다.

112가 또 멋졌다. 참고도처럼 바로 패에 들어가는 것은 흑이 먼저 4의 팻감을 쓴다. 거의 만패불청급 패여서 이 팻감 2개의 차이는 엄청났다. 난감해진 흑이 113에 붙여 팻감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결국 좌하귀가 함락됐다. 불길은 좌상귀로 옮아붙었다. 132까지, 어지러운 건곤일척의 아수라장이 재연될 조짐이다. (122…116, 124…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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