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평행이론' 판사로 돌아온 지진희

'야구도 인생도 영화도 치열하게!' 오랜만에 만난 지진희는 온 몸에 에너지가 넘쳐났다. '준비~ 땅!'하면 바로 전력질주를 시작할 듯하다. 지진희는 1년 365일 목표를 세우고 실행한다. 이날 인터뷰 스케줄도 아주 '지진희스러웠다'. 배우에겐 꼭두새벽에 해당되는 오전 9시부터 7개 매체와 마라톤 미팅을 이어갔다. 그리고 "이번주 목표는 일주일간 매 인터뷰마다 다른 말을 하는 것이다. 앵무새처럼 했던 말을 또 하면 나도 지겨워서 못견딘다"고 했다. 심지어 '우리 나이에 무슨 꿈 타령이냐'는 기자를 혼내면서(?) 지진희가 털어놓은 치열 토크를 지상중계한다.

초보가 2게임 연속 홈런… 야구도, 영화도, 대충은 없죠

규칙도 모른 채 야구 입문 하루 1000번 스윙 연습벌레 첫 홈런 날리던 날 김승우가 고가 글러브 선물

지진희는 연예인 야구단 '플레이보이즈'의 핵심 타선이다. 주로 3번이나 5번을 맡는다. 구단주인 김승우가 인정하는 팀내 최고 '경쟁자'다. 5년 전엔 야구 규칙도 제대로 몰랐다. 그렇다고 대강 벤치만 데운다면, '천하의 지진희'가 아니다.

　-독종이라던데.

▶하루 1000번씩 스윙을 했다. 첫 해에 정규 구장에서 홈런을 두 방 날렸다. 하하. 참고삼아 승우형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홈런을 못쳤다.

-공이 담장을 넘기는 순간, 김승우가 야구공으로 맞은 듯 제일 충격을 받았다던데....

▶'선수 출신이 아닌 팀원이 홈런을 치면 원하는 걸 다 사주겠다'고 호언장담했기 때문이다. 야구를 하는 분들은 아실텐데, 아마추어가 펜스만 맞춰도 대단한 거다. 결국 승우형은 눈물을 흘리며 지갑을 열어, 고가의 일본 수제 글러브를 사줬다.

　-혹시 첫 해만 그렇게 잘...?

▶용두사미? 내 사전엔 있을 수 없다. 그 뒤로 두 게임 연속 홈런도 쳐봤고, 동대문운동장에서 사이클링히트도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투수 도전을 위해 특훈을 하고 있다. 우리팀에선 아무나 투수를 하지만, 하하.

스크린 흥행 재미 못봤는데 긴장+재미, 이번엔 느낌 좋아 차기작 대하사극-中 멜로, 강행군에도 피로 몰라요

인터뷰장에 악력기를 가져온 지진희. 손 힘이 장난이 아니다. 기자가 쥐어보니 꼼짝도 안하던 악력기가 그의 손에선 고무줄같았다. 요즘엔 락클라이밍에 빠져있다. 시작한 지 불과 두달 여. 선생님이 신동이라며 프로 무대 데뷔를 적극 권유하고 있다. 서울 성수동 근처 빌딩에 큰 인공암벽이 생겨서 일주일에 두 세 번씩 간다. 이 곳엔 이승연 하지원 등이 다닌다. 유지태도 지진희의 권유로 최근 시작했다.

　-유지태랑 친한가? 두 사람 색깔이 영....

▶훌륭한 젊은이다. 하하. 무녀독남인 점도 그렇고 공통점이 많더라. 강성연씨 소개로 만났는데, 술자리가 끝날 무렵 "형이라 할게요" 그러더라. 내가 "그럼 누나라 할래?"라고 한마디 해줬다.

　-음, 허무개그의 달인이군.... 그런데 운동 참 열심히 한다.

▶항상 시선을 받는 직업이라 더 그런 듯한다. 그 순간 만큼은 자유를 느낄 수 있으니까. 또 목표를 향해 나를 갈고 닦는 과정, 무언가에 집중하는데 희열을 느낀다.

　-자기자신을 학대하는 거 아닌가.

▶한번 결심하면 목숨을 건다. 원래 술을 아주 즐겼는데, 몇년 전에 딱 결심하고 정확히 1년간 금주를 했다. 와이프가 그때 나한테 '존경한다'고 하더라. 하하.

　-대부분의 배우들은 카메라 뒤에선 사정없이 퍼져버린다던데.... 피곤할 거 같다.

▶절대 아니다. 꿈을 꾸는 순간부터 온몸에 에너지가 돈다. 그래서 내 삶의 원동력을 '근거없는 자신감'이라고도 한다.

18일 개봉되는 '평행이론'에서 지진희는 30년 전과 똑같은 살인사건에 휘말린 한 판사로 나온다. 지금까지 지진희는 유독 스크린에서 흥행과 거리가 멀었다. '수'나 'H' '오래된 정원' 등 평단의 호평과는 별개로 관객들과의 간극이 있었던 터.

　-자체 측정하는 흥행지수는.

▶사실 잘 모르겠다. 이틀 전에 기술 시사회를 했는데, 다들 좋아했다. 110분의 러닝타임 동안 최고의 긴장과 재미를 안겨드릴 수 있다. 내가 지금까지 찍은 영화보다는 아주 많이 잘 될 거 같다. 하하.

　-촬영 과정은?

▶촬영장에선 카메라가 기본 두 대 이상 돌아갔다. 리허설을 철저히 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크랭크인 전에 2주에 걸쳐 실제 동선대로 리허설을 했다.

　-음, 그런 완벽 리허설을 귀찮아하는 배우도 있던데.

▶내가 먼저 제안했다. 덕분에 제작비가 줄어서 제작사도 아주 만족해한다.

　-드라마 '동이'는 대하사극이다. 고생길이 훤하다.

▶왕인데 뭐, 괜찮다.

　-다음 계획은. 달력을 비워놓을 스타일은 절대 아닌 듯한데.

▶중국 멜로 영화 '길 위에서'에 캐스팅됐다. 베이징영화학교 출신인 김풍기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 '동이'와 촬영일정이 겹쳐 못하게 될 줄 알았는데 김 감독님이 '동이'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주신다더라. 내가 복이 많다. 하하.

< 전상희 기자 nowa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