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문 위원장이 이끄는 영화진흥위원회가 첫 번째 '여론 시험대'에 올랐다. 잡음은 최근의 영상미디어센터 운영자 공모결과 발표 이후 생겼다. 요지는 8년간의 운영 경력과 성과를 가진 단체가 공모에서 탈락했다는 것이다.
시민 대상 영상교육기관인 영상미디어센터(이하 센터)는 연간 9억3000여만원(올해 기준)의 보조금을 지원받는 곳으로 영진위는 지난 2002년부터 작년까지 8년간 한국독립영화협회(한독협)와 수의계약을 해왔다. 그러나 2008년 말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왜 위탁사업을 한 단체에 편중시키느냐"고 지적했다. 이후 작년 4월 감사원은 한독협이 국고 지원금을 부적절하게 쓴 것을 적발, 총 2790여만원을 환수 조치했다. 이런 제재를 받아 한독협은 이번 공모에서 신청 자격을 잃었다.
이번 공모 단체는 총 6곳. 그 중 지난달 6일 설립된 '시민영상문화기구(대표 장원재 전 숭실대 교수)'가 운영자로 선정됐다. 나머지 5곳 중 이 결과에 공개 반발하는 곳은 '한국영상미디어교육협회(이하 교육협회)'뿐이다. 이 단체는 한독협의 센터 운영진이었던 '미디액트' 운영진으로 구성돼 있다. '미디어교육협회'는 사실상 '미디액트'가 법인화한 단체인 셈이다. 미디액트의 소장과 사무국장은 교육협회에서도 동일한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런데 영상미디어교육협회는 "우리는 (감사 지적을 받은) 한독협과 무관한 신생 단체"라고 하는 한편 "(한독협 산하였던) 미디액트는 8년간 높은 성과를 보였으며 감사 지적도 받은 적 없다"고 모순된 주장을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영진위는 "교육협회는 신생 단체이며, 공정한 심사를 거쳐 근소한 차이로 탈락했다"고 '얄미운' 해명을 내놨다. 조희문 영진위원장은 3일 "교육협회가 8년간의 성과를 언급한다면 한독협과의 관련성을 인정하는 것이고, 부인한다면 신생 단체이므로 '제로 베이스'에서 평가할 뿐"이라고 말했다. 반박하기 어려운 논리다. 그러나 협회는 '성과'와 '무관함' 두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형국이다.
'음모론'은 영진위가 공모·심사 과정에서 일부러 특정 단체를 배제했다는 것이다. 이는 양심선언 없이는 증명할 길이 없다. 다만 '정권 교체→영진위원장 교체→국정감사→감사원 감사→특정 단체 탈락'이 모종의 시나리오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핵심은 거기에 있다. 문제 제기하는 쪽이나 해명하는 쪽이나 이 흐름 속에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이번 소동에서 논리로는 영진위의 판정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