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송강호의 모든 것을 알고 싶다면…

이 영화는 송강호의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데뷔작 '영화는 영화다'에 이어 빼어난 연출력을 발휘한 장훈 감독과 송강호의 상대역 강동원의 연기도 좋다. 그러나 다시 한 번, 이 영화는 송강호의 영화이며 송강호의 모든 것이다. 그의 팬이라면 일말의 불안감과 혹여의 의구심을 버리고 예매 창구로 달려갈 일이다. 순금(純金) 순도에 육박하는 비율의 관객이 이 영화에 만족할 것이다.

강렬한 드라마 '의형제'(4일 개봉)는 남파간첩 지원(강동원)과 국정원 요원 한규(송강호)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간첩은 북에 두고 온 가족 때문에 흔들리고 국정원 요원(이었다가 실직한 흥신소 사장)은 간첩의 인간적인 모습에 갈등한다.

흉부터 보자면 전체적으로 옥(玉)인 이 영화엔 잡티가 좀 끼어 있다. 21세기 간첩이 대낮 주택가나 건물 옥상에서 총으로 누군가를 살해하는 것은 약간 억지스럽다. 출입구가 뻔한 아파트를 봉쇄하지 않아 오랫동안 추적해 온 고정간첩을 놓치는 것도 허술하다. 관객들은 국정원은 잘 몰라도 FBI나 CIA가 어떻게 하는(게 자연스러운)지 미국 영화를 많이 봐서 잘 알고 있다.

이제 이 영화를 칭찬할 차례. 송강호 순서다. 그는 이제까지 출연작에서 보여준 그 모든 연기들을 이 영화에서 응축해 보여준다. 웃기고(넘버 3) 어리숙하며(반칙왕) 때론 무식하다(살인의 추억). 심사숙고하다가(밀양) 덤벙대고(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철없는(괴물) 행동을 한다. 그러나 인간적이며(공동경비구역 JSA) 지적이고(쉬리) 카리스마 넘친다(복수는 나의 것).

지금 송강호의 연기는 한겨울 통영산 생굴처럼 물이 탱탱하게 올랐다. 국정원에서 일해본 적이 없을 뿐 아니라 간첩과 마주쳤다가 실수로 놓치고 6년 뒤 다시 마주쳐 꿍꿍이셈을 해본 적은 더더군다나 없는 배우가 어떻게 한 인물의 저다지 복잡다기(複雜多岐)한 내면을 그토록 실감 나게 연기할 수 있단 말인가(어쩌면 그는 배우로 위장한 국정원 직원인지도 모른다). 게다가 수시로 웃겨주고 울려주니, 그는 대중의 사랑을 받아 마땅한 배우다.

송강호의 대사 능력은 이제 채점 불능 지경이다. 적어도 이 영화에서 점수나 별표로 그의 대사 능력을 평한다는 것은 무모한 일로 보인다. 대사 역시 연기의 일부이지만, 송강호의 경우엔 '최우수 대사상'이라도 수여하고픈 심정이다. 이 영화를 다시 보고 싶어진다면 그것은 송강호 말 맛 때문일 것이다. 그가 "특종? 특종은 니 ×구멍에 박아놨는데?"라고 말하는 장면은 히말라야 준봉(峻峯) 중에서도 단연 에베레스트다(대사 한 줄이 스포일러처럼 느껴진 건 이 영화가 처음이다).

저예산으로 뛰어난 상업작품 '영화는 영화다'를 만들었다 해서 화제가 됐던 35세 젊은 감독 장훈은 이 영화로 소포모어 징크스(sophomore jinx·두 번째 작품이 전작에 미치지 못하는 경향)를 쩍 갈라 부쉈다. 이번 영화에선 송강호가 장훈의 캐스팅 제의를 받아들인 것이 뉴스였지만, 앞으로도 꼭 그런 방식으로 평가되진 않을 것 같다. 장훈은 앞으로 '제2의 ○○○'로 불릴 공산이 크다. ○○○은 봉준호나 최동훈쯤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엔 다시 '장훈'으로 불릴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영화 초반의 간첩 접선 장면과 암호 해독 장면, 자동차 추격신들은 완벽하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처럼 뻔하지도 않다. 강동원이 송강호를 미행하고, 다시 송강호가 강동원을 미행하는 식의 구성도 새롭고 흥미로운 연출이다. 강동원은 캐릭터 성격상 조용하게 있거나 인상을 쓰는 연기여서 비중 큰 조연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가 의도했든 아니든 강동원의 연기 덕분에 송강호의 연기에 빛이 더해진 건 분명해 보인다.

영화 제목 '의형제'조차 칭찬받을 만하다. '의형제'란 영화에 40대와 20대 남자배우가 나오니 의기투합한 의형제가 싸우고 갈라선 뒤 화해할 것 같지만 의외로 간첩과 국정원 요원이다. 이 제목이 뭘 뜻하는지는 영화가 한참 지나야 알 수 있다. 영화라는 허구의 상품을 구매한 관객 특유의 약간 허황한 보상 심리를 정확하게 꿰뚫는 제목이다.

▷ [시네 업데이트] 국정원 직원과 남파 간첩의 불편한 동거 - 70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