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죽여야 산다

〈제6보〉(133~153)=구리(古力)와 쿵제(孔杰) 간의 중국대륙 1인자 싸움이 볼만해졌다. 구리는 최근 수년간 중국 부동의 '국가대표'였으나 경솔함이란 약점 노출과 함께 최근 약간 평가절하되는 분위기. 반면 급상승세의 쿵제는 번쩍이는 재주는 안 보이지만 안정적이고 임기응변에 강하다. 쿵제는 최근 발표된 랭킹에서 구리의 오랜 '독재'를 뚫고 1위로 등극했다. 한국 바둑계로선 두 기사 어느 쪽도 '재주'와 '안정감'을 함께 겸비한 기사가 아니란 사실에 안도해야 할까.

바둑판을 한 바퀴 뺑 돌며 줄기차게 싸워 온 흑백이 좌상귀에서 또다시 한 덩어리로 엉켰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이 일대는 한쪽이 장렬히 산화하면서 종전(終戰)을 맞는 마지막 전장이 된다. 140까지 누가 쫓고 누가 쫓기는지 모를 백병전이다. 141은 참고도 8까지 쌍방 탈출이 정수지만 18에 이르면 승산이 없다고 보고 옥쇄를 기한 것.

백은 146, 148의 선수를 준비해놓고 있었다. 그리곤 150으로 차단, 거꾸로 흑 대마를 겨누기 시작했다.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는 것이 전쟁터의 원리. 그나저나 153으로 귀를 보전한 수로 '가'에 두어 중앙을 접수하는 건 어땠는지 다음 보에서 비교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