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2년만에 배당 '기쁜 소식'

지난해 국내 은행들이 총 7조원대의 순익을 올렸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2008년에 비해 다소 줄어든 수치다.

하지만 은행에 투자한 주주들은 오랜만에 미소를 짓게 됐다. 올해 대부분의 은행이 지난해 중단했던 배당을 재개할 계획이다. 다만 은행들 사정에 따라 은행에 투자한 주주들 사이에도 희비가 갈리게 됐다. 지난해 9000억원에 육박하는 깜짝 실적을 낸 외환은행은 배당액을 4배 늘렸다. 반면 예년보다 순익이 반 토막 난 KB금융지주는 배당 규모도 크게 줄일 것으로 보인다.

◆7조원대 순익에 배당재개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국내 18개 은행이 거둬들인 순익은 총 7조1000억원이라고 4일 발표했다. 2008년의 7조7000억원에 비하면 8.6% 정도 줄었다. 대출 마진이 줄고, 대손 충당금이 늘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중 금리가 급락하자, 은행들이 지난해 대출 이자를 받아 거둔 수익은 2008년보다 2조3000억원 줄어든 32조2000억원에 머물렀다. 또 지난해 중소기업 연체율이 높아지고,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대한 대출이 부실해지면서 은행들은 전체 순익의 1.8배에 달하는 12조800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쌓았다.

다행히 주식시장이 은행들에 도움이 됐다. 지난해 증시가 60% 가까이 급등하자, 은행들은 출자 전환한 기업들의 주식을 팔아 3조3000억원을 벌어들였다.

은행별로는 10일 실적을 발표하는 우리은행이 약 1조원 내외의 순익으로 전체 은행 중 1위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미 2일 실적을 발표한 외환은행은 자산규모는 우리은행의 45%에 불과하지만, 순익 규모는 우리은행에 근접한 8910억원을 신고했다. 신한은행은 4일 7487억원의 순익을 발표했다. 자산 규모 국내 1위인 국민은행은 오는 10일 6000억원대의 다소 실망스런 실적을 발표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금리 하락으로 주택담보대출 이익이 줄었고, 중소기업 대출 부실액 상각과 금호그룹 계열사 대출에 대한 대손충당금을 쌓는 데 적지 않은 돈이 나갔다"고 말했다.

◆배당 규모는 예년만 못해

전반적으로 은행들의 지난해 실적은 재작년보다 크게 나아진 것이 없다. 주식 처분 등 일회성 수익을 빼면 2008년보다 더 못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지난해 자본 확충을 위해 중단됐던 배당은 대부분 재개될 전망이다. 2년 연속 배당을 중단할 경우 주주들의 불만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외환은행은 올해 주당 510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지난해(125원)보다 4배나 늘었다.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는 무려 1678억원의 배당금을 받아간다. 론스타가 지난 4년간 배당으로 받아간 돈은 총 856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에 1조3000억원대의 순익을 냈다고 발표한 신한금융은 올해 주당 400원을 배당하기로 했다. 순익이 2조원을 넘어섰던 2006년과 2007년 약 900원의 배당을 한 것과 비교해, 절반이하로 줄어든 액수다.

배당에 민감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지분이 각각 64%, 58%에 달하는 하나금융과 KB금융도 배당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배당 여부에 대해 검토하고 있으나, 지난해 순익이 높지 않아 예년과 같은 (고액) 배당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증권업계는 KB금융의 1주당 배당액이 예년의 10~20% 수준이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KB금융은 2006년 3650원, 2007년 2450원을 배당했고, 작년에는 배당을 못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