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설 특수 살아나나… 상품권 거래시장 '활기'

지난해 금융위기의 여파로 주춤했던 상품권 발행량이 올 들어 다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설 연휴를 앞두고 선물용으로 상품권을 싸게 사려는 손님들이 전문 상품권 유통업체에 몰려들고 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2005년 이후 매년 1000억원 이상 증가했던 상품권 판매금액은 지난해 전년보다 1000억원 늘어난 1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올 들어서도 설 선물매출이 2배 정도 증가하면서 상품권 매출도 전년 같은 기간보다 곱절로 늘어났다. 신세계도 "지난 2008년에 전년 대비 11.1%였던 상품권 판매 증가율이 매년 높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갈수록 다양해지는 상품권

지난 1999년 상품권법이 폐지되면서 누구든지 별도의 허가 없이 자유롭게 상품권을 발행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공정거래위원회가 표준약관을 제정해 상품권 발행업자들이 이를 기준으로 자체 약관을 만들어 팔도록 권고하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약관에 문제가 있다며 피해를 호소할 경우 불공정약관심사에 착수하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엔 커피숍 상품권, 게임머니 상품권부터 재래시장 상품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품권이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적인 상품권 거래업체에서 실제로 거래되는 품목은 40종 안팎이다. 그 외에는 시장원리에 따라 수요가 없을 경우 금세 도태되기 때문이다. 한 상품권 유통업체 지점 관계자는 "주로 취급하는 품목 중에서도 일부는 수요 부족으로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며 "손해 보고 팔 수도 없어 금고에 묵혀두고 있다"고 말했다.

◆설 직전에 매물 몰려 가격 하락

개인이 백화점 상품권을 백화점에서 사려면 액면가를 그대로 지불해야 한다. 그런데 전문적인 상품권 거래업체에서는 똑같은 상품권이 보통 4~5% 정도 싸게 팔린다. 대표적인 상품권 거래업체인 티켓나라에서는 4일 오후 3시를 기준으로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의 10만원권 상품권이 각각 9만6000원, 9만5500원, 9만6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각 상품권 거래업체마다 마치 환율처럼 상품권별 사는 가격과 파는 가격이 실시간으로 고시된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백화점 같은 상품권 발행업체들은 보통 구매금액이 큰 법인들에 대해서는 할인율 혜택을 줘서 상품권을 판매한다. 예를 들어 A라는 회사가 고객 선물용으로 10만원권 상품권을 10만장(100억원 상당) 구매할 경우 10% 정도를 할인해 90억원에 넘기는 식이다. 이렇게 A사가 사들인 상품권 일부를 다시 상품권 거래업체들이 매입한다. A사는 10만원권 한 장당 10%를 할인받은 9만원에 구입한 셈이므로 상품권 거래회사에 판매할 때는 이보다 약간 비싼 장당 9만2000원 정도에 판다고 하면, 상품권 거래회사는 여기에 적정한 마진을 붙여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게 된다. 10만원권 백화점 상품권이 9만4000~5000원에 팔릴 수 있는 이유다. 특히 기업들이 상품권을 대량 매입하는 명절 한달쯤 전에는 시중에 상품권 공급량이 많아지면서 가격이 떨어졌다가, 실제 수요가 몰리는 설날 보름쯤 전부터 다시 가격이 오르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이다.

◆같은 회사 상품권도 지점마다 가격 달라

같은 상품권 거래회사에서 판매하는 상품권이라 하더라도 지점에 따라 판매가격은 각기 다르다. 이는 본사 차원에서 기업 등을 대상으로 상품권을 매입하기도 하지만 각 지점들도 일반 개인 등으로부터 상품권을 사들이기 때문이다. 지점별로 원가에 해당하는 매입가격이 달라지는 것이다. 또 지점이 위치한 곳은 경쟁업체들이 몰려 있기 때문에 경쟁사가 가격을 내리면 이를 반영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대형 상품권 거래업체들은 대부분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해 놓고 있지만 실제 거래량은 오프라인에 비해 크지 않은 편으로 알려졌다. 티켓나라 관계자는 "인터넷 판매 비중은 전체의 3% 수준"이라며 "보통 배송료가 2200원 정도 들기 때문에 인터넷 구매의 경우 대량으로 사지 않으면 실익(實益)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너무 싸게 파는 업체 주의하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상품권과 관련한 민원 접수건수는 점차 감소하고 있다. 지난 2006년 총 738건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 2007년 523건, 작년에는 346건으로 줄어들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대부분 가맹점에서 지불을 거부했거나, 일정 금액을 쓰고 난 뒤 잔액을 환불해 주지 않은 경우"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엔 인터넷에 사이트를 만들어놓고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해 고객을 유인하는 사기수법이 유행이다. 즉, 10만원권 백화점 상품권을 5만원에 판매한다고 인터넷에 광고한 뒤 입금된 돈을 갖고 달아나는 수법이다. 한 상품권업계 관계자는 "보통 2~3개월 동안은 제시한 할인가격에 상품권을 판매하다가 명절 대목에 이르면 돈을 지불하지 않고 도망을 가 버린다"며 "뻔히 보이는 수법인데도 현행법상 사전에 제재할 방법이 없어 좌시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상품권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일단 대형업체들과 비교해 지나치게 가격이 낮으면 무조건 의심해 보라고 조언한다. 일단 경쟁체제가 갖춰졌기 때문에 특정 업체가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에 상품권을 구입해 싸게 파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까닭이다. 그렇게 낮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면 굳이 개인들을 대상으로 팔 게 아니라 대형 유통업체들을 통해 판매하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백화점 상품권의 경우 대형 유통업체에서 사는 가격과 파는 가격의 차는 액면가의 3% 내외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