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III] [이슈 앤 현장] 학예인력 배치와 복합전시로 '예술의 향기' 전파

박물관·미술관의 수준은 한 국가와 사회의 품격을 가늠하는 데 중요한 지표다. 문화·예술이 마지막 꽃을 피우는 화원인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잉태하는 산실이라서다. 지성을 기르고 정서를 다듬는 데도 그만한 장소가 없는 것은 물론이다.

하드웨어로만 따지면 경기도의 박물관·미술관 인프라는 꽤 괜찮은 편이다. 등록된 박물관·미술관만 모두 114곳에, 등록되지 않은 곳까지 포함하면 모두 169곳이 있다. 31개 시·군별로 따져봐도 지역마다 평균 5.5개의 박물관·미술관이 있는 셈이다. 내용도 실해서 민속·공예·도예·회화·조각 같은 전통적 콘텐츠부터 만화·로봇·인물·종교·조명·항공·우주까지 분야가 다양하다.

문제는 80여곳에 달하는 민간시설의 재정 기반이 약하기 때문에 전문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할 인적 자원도 부족하다는 데 있었다. 운영 예산이 모자라 홍보를 적극적으로 못하니 좋은 콘텐츠를 갖추고도 관람객이 적은 곳이 많았다. 그래서 경기도가 박물관·미술관 지원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올해만 10억원 이상을 들여 도내 박물관·미술관을 완전히 활성화하겠단다.

◆학예인력·복합전시 지원에 12억원 투입

어려운 상황에서도 문화유산 수집과 전시에 힘써온 박물관·미술관을 돕기 위해 경기도가 가장 먼저 착수한 것은 '학예인력 지원'이다. 박물관·미술관이 제대로 기능하려면 흔히 '큐레이터'라고 부르는 학예사 배치가 꼭 필요하다. 전시 분야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좋은 전시를 기획할 사람이 없어서야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갖고서도 그걸 곳간에 쟁여놓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기도는 사립 박물관·미술관 32곳에 다음 달부터 올해 말까지 10개월치 학예사 인력비 약 4억4800만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도내에 거주하며 학예사 자격을 지닌 사람이 도에 등록된 박물관·미술관에서 일할 경우, 주 5일 하루 8시간씩 근무하는 급여로 140만원가량을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학예인력 지원과 별도로, 전시·공연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홍보하는 데 드는 비용 보조도 이뤄진다. 공립·사립 미술관을 가리지 않고 어디든 뚜렷한 목적과 홍보계획을 갖고 새로운 전시나 공연을 시작하면, 500만~3000만원까지 비용을 보태줄 계획이다. 5개 이상의 박물관·미술관이 연합전을 열면 총 8000만원까지 지원하며, 여기에만 올해 모두 4억원의 예산이 배정돼 있다. 장애인·다문화가족·저소득층 같은 문화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은 지원 심사 때 따로 인센티브도 줄 방침이다.

박물관·미술관의 생명과도 같은 '관람객'을 끌어들이는 걸 직접 도와주는 '학생 단체관람료 보조' 사업도 있다. 다음 달부터 12월까지, 모두 2억원이 여기 투입된다. 도내 초·중·고·대학생이나 사회복지시설 입소 학생들이 박물관·미술관을 단체관람할 때, 경기도가 관람료를 지불할 계획이다. 관람료가 3000원 이하면 전액을, 3000원이 넘으면 3000원과 그 초과분의 50%를 도가 부담해 경기문화재단을 통해 지급한다.

홍보물 제작 지원에도 따로 1억원이 배정된다. 사립 박물관·미술관의 경우엔 신규 프로그램을 개발하지 않더라도 특성을 살려 자체 홍보물을 제작하겠다면 최대 20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이병관 경기도 문화정책과장은 "학예사를 두고 단체관람을 유도하면 박물관·미술관에도 도움이 될뿐더러 일반 도민들이 문화·예술을 향유할 기회도 더 많아진다"며 "다양한 박물관·미술관은 경기도의 소중한 자산인 만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지점을 찾아가겠다"고 말했다.

◆박물관·미술관에만 4년 동안 총 45억원 지원

경기도가 박물관·미술관을 지원하기 시작한 것이 올해가 처음은 아니다. 2006년도 예산 8억원을 시작으로, 작년까지 4년 동안 총 45억원 정도를 들였다. 대부분이 특별전·기획전과 체험·교육프로그램 운영을 지원하는 데 쓰였다. 작년에도 44개 박물관·미술관이 지원받았고, 4만7238명의 학생이 보조금으로 단체관람했다.

가평군 가일미술관의 '웰컴 투 가족―숨은 마음 찾기'라든가 광주시에 있는 박물관 '얼굴'에서 열린 '한국의 예술가―100인의 표정' 같은 다양한 전시가 마련됐다. 남양주시 모란미술관은 만지면 변화하는 작품으로 꾸민 '반응하는 조각전'을 열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황성태 경기도 문화관광국장은 "세계적인 경제불황으로 침체된 문화 시설을 돕기 위해 전시 지원을 시작했다"며 "지역별로 연중 풍성한 볼거리를 갖추게 되면서 수많은 관람객을 불러 모아 지역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