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영화] 식상한 늑대인간, 보름달 보고 아무리 울어봐야…

오랫동안 고향을 떠나 있던 로렌스(베니치오 델 토로)는 형이 실종됐다는 소식을 듣고 아버지(앤서니 홉킨스)가 있는 고향에 돌아온다. 그러나 형은 그사이 참혹한 시신으로 발견되고, 마을 사람들은 곰 같은 덩치 큰 짐승에게 형이 당한 것이라고 말한다. 형의 죽음을 혼자 조사하던 로렌스는 보름달이 뜬 날 밤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수에게 공격을 받아 크게 다친다. 형의 약혼녀인 그웬(에밀리 블런트)의 정성스러운 간호를 받은 그는 상처가 쉽게 아문 것을 발견한다. 이윽고 보름달이 다시 뜨자, 그는 흉측한 늑대인간으로 변해 마을 사람들을 습격한다.

인간이 늑대로 둔갑하는 것은 서양의 오랜 전설이다. 11일 개봉하는 미국 영화 '울프맨'은 소설과 연극과 영화로 수없이 만들어진 '늑대인간'을 소재로 만든 가장 첨단기법의 영상물이다. 이 영화는 평범한 얼굴이 기괴하고 난폭한 늑대인간으로 변하는 장면을 특수분장에 이은 컴퓨터그래픽으로 자연스럽게 표현했다.

그러나 아바타와 트랜스포머의 시대에 울프맨이 설 자리는 좁아 보인다. 손과 발의 관절이 갑자기 꺾이면서 커지고 얼굴에 털이 돋아나는 장면들은, 요즘 영화 제작기술의 수준을 잘 아는 관객들에겐 그다지 출중한 볼거리가 못 된다. 늑대인간이 숲을 질주하는 장면도 뻣뻣하게 느껴진다. 오히려 보름이면 속절없이 늑대로 변하는 인간의 고뇌와 그가 어릴 적 겪은 충격적 사건의 환영이 섞인 공포영화로 보는 편이 낫다.

이 영화는 약간 지루한 스토리 탓에 졸던 사람들도 깜짝깜짝 놀랄 만큼 음향으로 관객을 겁 준다(음향이 무척 크게 녹음돼 있다). 늑대인간이 마구잡이로 찌르고 꿰고 동강 내며 사람들을 살육하는 장면들은, 괴수의 성격이 원래 흉포하다는 것 말고는 그럴 만한 이유가 없어 잔인하고 끔찍하기만 하다. 앤서니 홉킨스는 정말 무서운 노인이다. '양들의 침묵' 이후 그가 어떤 연기를 해도 무표정하게 둔기를 휘두르던 표정만 떠올랐는데, 이 영화에서 다시 한 번 그 표정을 보여준다. '쥬만지'와 '쥬라기공원 3'를 연출한 조 존스턴 감독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