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물배상 2억원, 자동차상해 1억원, 무보험차상해 2억원….'
다음 달 자동차보험 만기를 앞두고 있는 회사원 최모(43)씨는 최근 보험을 갱신하면서 뜻밖의 말을 들었다. 자동차보험의 보상 한도를 전부 억(億) 단위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씨는 "보험설계사가 과거에 내가 접촉사고를 낸 전력을 문제 삼더니 보장 금액을 올리고 특약도 가입해야 한다고 으름장을 놨다"며 "혹시라도 보험 가입이 거절될까 두려워 설계사가 하라는 대로 했는데 보험료 부담이 적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자동차 사고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일부 자동차보험사들이 지나친 영업 활동을 펼쳐 운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사고 이력이 있는 운전자들을 '협박'해서 가계 형편에도 맞지 않게 고액 보장 가입을 유도한다든지, 혹은 크게 필요하지 않은 특약을 은근슬쩍 자동차보험에 끼워서 파는 것이다. 조연행 보험소비자연맹 사무국장은 "최근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높아지는 등 영업 환경이 악화되자, 일부 비양심적인 설계사들이 수당을 더 챙기기 위해 고액 보장이나 불필요한 특약 가입을 강요하고 있다"며 "쓸데없는 담보에 가입시키는 것은 결국 소비자가 헛돈을 쓰게 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보험사들은 "보장 금액을 올리거나 특약에 가입해도 소비자가 부담하는 보험료는 그리 큰 액수가 아니다"며 "운전자가 위험에 더 대비할 수 있게 돕는 것일 뿐"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현재 운전자가 자동차보험에서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항목은 대인배상1과 대물배상(1000만원) 등 두 가지뿐이다. 무보험차상해나 자동차상해, 자기차량손해, 자기신체사고 등은 전부 운전자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양세정 재무컨설턴트는 "보장 범위를 넓혀서 값비싼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고 유도하는 보험사에 휘둘리지 말고, 평소에 안전운행을 하는 습관을 갖겠다고 노력하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