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그룹주 펀드' 선방 돋보이네

중국의 긴축정책, 남유럽발 재정위기 등 잇단 악재로 최근 전 세계 주요 증시가 조정세를 보이면서 국내외 펀드 수익률 역시 고꾸라지고 있다. 그러나 주가 조정 속에서도 꿋꿋하게 수익을 지켜내는 펀드들이 있다. 현대차그룹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현대차그룹주 펀드가 대표적이다.

◆도요타 리콜 사태로 현대차그룹주 펀드 선방

펀드평가회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동안 현대차그룹주 펀드들의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1.17%(8일 기준)를 기록, 일반 주식형펀드 평균수익률(마이너스 2.28%)보다 좋은 성과를 거뒀다.

도요타 리콜 사태가 하이브리드카 전 차종으로 확산하는 등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반사이익이 기대되는 현대차그룹 주가가 가속 페달을 밟았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도요타가 미국 시장에서 8개 차량 모델 생산 중단을 발표한 이후 현대차와 기아차 주가는 각각 12.6%와 11.5%씩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1710선에서 1570선으로 밀리며 8.4%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펀드별로도 다른 국내 주식형펀드들이 지난 1개월 동안 평균 7.4%가량 수익률을 까먹는 동안, 현대차그룹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주식처럼 상장돼 매매할 수 있는 펀드)인 '대신GIANT현대차그룹증권상장지수형투자신탁'이 마이너스 0.46% 수익률을 기록했다. '한국투자현대차그룹리딩플러스증권투자신탁'과 '현대현대그룹플러스증권투자신탁'의 1개월 수익률도 각각 -5.22%와 -4.97%로 양호했다.

 

◆1년 펀드수익률, 현대차〉삼성〉LG 그룹 순

작년 하반기 이후 국내 주식시장은 자동차와 전기전자 중심의 대형주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이에 따라 지난 1년간 대형주에 주로 투자하는 그룹주 펀드들의 성과가 일반 주식형펀드를 웃돌았다. 일반 국내 주식형펀드들이 최근 1년간 33.13%의 수익을 올리는 동안 현대차그룹주펀드들은 평균 62% 수익률을 냈다. 1000만원을 투자했다면 1년 사이 620만원가량 수익이 발생했다는 뜻이다. 삼성전자 주가 상승과 삼성생명 상장 기대감 등이 반영되며 삼성그룹주펀드들도 평균 41% 수익을 냈다. LG전자 등 LG그룹에 투자하는 LG그룹주펀드도 같은 기간 39%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면, SK텔레콤 등 SK그룹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펀드는 25.45%로 가장 저조했다.

오대정 대우증권 자산배분 연구위원은 "LG그룹과 SK그룹주들은 내수주 비중이 높은 편이어서 상대적으로 경기방어적인 성격이 강한 반면, 현대차와 삼성그룹주는 해외수출 비중이 높아 경기 회복에 민감한 종목이 많다"며 "중장기적인 글로벌 경기 회복세와 올해 IT기업들의 실적 호전을 고려한다면 현대차그룹주펀드와 삼성그룹주펀드에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계웅 신한금융투자 펀드리서치팀장은 "작년에는 외국인들이 주도하는 상승장이었지만, 올해는 변동성이 심해지고 주가상승 탄력도 약화돼 그룹주펀드와 같은 테마별 펀드들이 과연 좋은 성적을 이어갈지 의문"이라며 "차라리 탄력적으로 주식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한국투자네비게이터펀드', '미래에셋디스커버리펀드' 등과 같은 대표적인 일반 주식형펀드가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