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버림돌 作戰

〈제6보〉(106~122)=요즘 성적을 내는 젊은 프로들은 너나 없이 종반이 강하다. 끝내기 훈련이 워낙 잘 돼 있기 때문. 하지만 그런 가운데서도 박영훈은 특히 '전문가'로 대접받는다. 바둑이 미세해질 경우 으레 "영훈이를 불러오라"는 소리가 등장하는 것. 다른 기사들이 '반 집'이나 '3분의 1집' 정도가 한계인 데 반해 박영훈은 '4분의 1', '8분의 1집'까지 쉽게 계산해낸다는 소문.

106으로 참고도 1에 이어 버티면 어찌 될까. 흑은 2를 선수(先手)하고 4로 형태를 정비할 텐데, 다음 A와 B가 맞보기여서 백은 이 그림을 선택할 수 없다. 107 이하 112까지 흑이 중앙 6점을 고스란히 죽였다. 실수한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이것으로 흑의 외곽이 철통같이 봉쇄됐다. 말하자면 우변 백 전체를 겨냥한 원대한 버림돌(捨石) 작전이었던 것.

113 급소 일격을 받은 백이 상중앙에서 탈출을 시도해 봤으나 견고해진 흑의 포위망은 꿈쩍도 않는다. 121의 빈삼각이 또한 쿵제의 강한 힘을 보여주는 호수(好手). 백은 이번엔 122에 붙여 우변에서 2칸 마련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중앙에 널브러져 죽어 있는 흑 6점이 볼수록 얄밉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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