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도 그녀의 굴곡진 삶을 닮았네…

현재 할리우드에서 드루 배리모어(35)처럼 드라마틱한 삶을 살아온 젊은 배우도 드물 것이다. 생후 11개월 때 광고모델로 데뷔해 7세 때 스티븐 스필버그의 'E.T'로 전 세계에 얼굴을 알렸던 그녀는 너무 일찍 늙어버린 스타였다.

그가 감독으로 데뷔하고 조연으로 나온 영화 '위핏(Whip It·18일 개봉)'에 그녀의 신산한 인생 편린들이 담겨 있어 가슴이 저릿하다.

남들처럼 얌전히 살고 싶지 않은 시골 마을 17세 소녀 블리스(엘렌 페이지)는 우연히 여자 롤러 블레이드 팀인 '헐 스카우트'에 들어가 롤러 블레이드 대회에까지 나간다. 동시에 록 밴드 보컬과도 사귀는 그녀는 롤러 블레이드를 타는 동료(언니)들과 사귀며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 그러나 최고의 팀을 뽑는 대회를 앞두고 이 모든 사실을 부모에게 들킨 데다 미성년자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녀는 대회를 포기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

남한의 7배 면적에 이르는 텍사스에서도 시골에 사는 소녀는 '꿀꿀식당(Oink Joint)'에서 '꽥꽥 버거(Squealer·실제로는 '텍사스 사이즈 버거'라고 부른다)'를 파는 아르바이트를 한다. 소녀는 대처(大處) 오스틴으로 나가고 싶어 한다.

"내 인생 내가 책임진다"며 대들면 엄마는 "너는 아직 책임질 나이가 안 됐다"고 대꾸한다. 우연히 입은 엄마의 티셔츠엔 80년대 헤비메탈 밴드 '스트라이퍼(Stryper)' 로고가 선명한데도, 엄마는 "왜 남들처럼 얌전히 못 지내느냐"고 딸을 닦달한다. 바깥으로 나돌고 싶은 이 10대에게 롤러 블레이드를 타며 거칠게 사는 언니들은 선망의 대상이다. 이 영화는 그런 10대 소녀가 스스로 소중한 가치를 찾을 때까지 롤러 블레이드 바퀴 위에서 어지럽게 떠도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 영화엔 감독 드루 배리모어가 다혈질 롤러 블레이드 선수 심슨으로 등장한다. 그녀는 영화 곳곳에 자신이 지나온 삶의 궤적을 담아 놓았다. 영화 속 롤러 블레이드 선수로 나오는 줄리엣 루이스가 "내 나이 서른여섯이고 서른한살에야 내가 잘할 수 있는 롤러 블레이드를 만났다"고 말하는 장면은 배리모어 자신의 독백처럼 들린다.

증조부모·조부모·부모가 모두 배우인 집안에서 태어나 아홉살에 담배를 배우고 열한살에 술을 마시기 시작한 배리모어는 12세 때 대마초를 피웠고 13세에 코카인에 손을 대 마약중독자 재활치료소에 들어갔다. 이듬해에 자살을 기도했던 그녀는 17세 되던 해 누드로 잡지 표지에 나왔다. 스무살이던 1995년 인기 TV 프로그램인 데이비드 레터맨쇼에 출연해 레터맨 앞에서 셔츠를 올려 젖가슴을 보여줬던 망나니였다. 19세 때 했던 첫 결혼은 한 달 남짓 만에 끝났다. 그러나 이후 마음을 고쳐먹은 그녀는 2007년 미국 연예잡지 '피플'의 '가장 아름다운 사람 100인' 특집호 표지에 화장 안 한 얼굴을 드러냈고 유엔세계식량계획(UNWFP)의 대사로 활동하면서 100만달러 넘게 기부했다. 그에게 영화 '위핏'은 영상으로 쓴 자서전인 듯하다. 극 중 "롤러 더비(derby)는 범죄가 아니다"라는 내레이션은 "10대가 유혹에 빠지는 일은 범죄가 아니다"라는 배리모어의 호소로 해석된다.

소문난 음악 마니아인 배리모어의 연출 덕에 이 영화는 웬만한 음악 영화보다 음악이 좋다. 음악 애호가에겐 잊고 지냈던 옛 음악을 상기시키고, 음악을 모르는 관객에겐 새로운 노래를 소개하는 것이 영화음악의 덕목인 것을 감안할 때, 이 영화의 음악은 100점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