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장렬한 散華

 

 

〈제7보〉(123~149)=조훈현이나 이세돌, 최철한 등은 싸움으로 바둑을 풀어가는 주전파(主戰派) 거장들. 이들과 대비되는 주화파(主和派)로는 이창호와 함께 이 판의 박영훈과 쿵제 등이 꼽힌다. 주화파들이 마주 앉으면 바둑판 위엔 오직 '자비와 평화'만이 꽃필까. 그렇지 않다는 걸 이 바둑이 보여주고 있다. 상중앙 일대 거대한 백 대마에게 필살의 공격을 퍼붓고 있는 오늘의 쿵제는 이세돌이 무색할 만큼의 저격수이자 킬러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마는 장렬하게 산화(散華)했다. △의 붙임에 123은 리듬을 내주지 않기 위한 정수. 백도 일단 124로 이어 131까지 키워죽이며 두 눈(眼) 마련에 필사적이다. 139 시점에서 우변은 '후수 1집'으로 정리됐다. 그래놓고 140 쪽으로 손을 돌린다. 144, 146이 백의 마지막 노림수.

그러나 149까지 진행된 순간 박영훈이 돌연 패국을 선언했다. 왜 148로 '가'에 잇고 버티지 않았을까. 참고도를 보자. 6까지 외길이고 7로 치중한다. 뒤이어 8, 10이 호수로, 흑이 16까지 살면 백 대마 전체는 더 이상 해볼 데가 없기 때문. 오후 4시 54분, 아쉬우면서도 비장미 가득한 피날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