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최초의 波紋

〈제1보〉(1~21)=오늘(22일)부터 대망의 결승 3번기가 시작된다. 이 바둑은 이창호 대 퍄오원야오(朴文堯)의 준결승전 열전보. 이창호가 이 판서 만약 패했더라면 2개월 전 삼성화재배에 이어 중국기사끼리의 연속 '결승 독식'이란 아찔한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다. 이창호가 한국바둑의 수문장이란 말이 실감 나는 대목이다. 이창호의 이 같은 기세가 결승전까지 이어질 것을 염원하는 마음으로 준결승 격전보를 감상할 차례.

바둑은 흑의 양 소목과 백의 양 화점으로 출발했다. 12까지 흑이 '견실'을 초반 테마로 들고 나오면서 고풍(古風)스러운 포석이 펼쳐지고 있다. 15의 걸치는 방향도 16에 비해 기리(棋理)에 맞는다. 상식적인 문답의 교환 속에 18까지, 드넓은 바둑판은 마치 잠에 빠져든 호수처럼 평화가 지속되고 있다.

19가 최초의 '취향'으로 보이지만 역시 '당연한 한 수'란 결론이 내려졌다. 참고도 1, 3으로 틀을 잡을 경우 백에게 4라는 절호의 요충지를 빼앗기기 때문. 이창호는 그래도 고집스럽게 20을 차지했고, 퍄오는 준비했던 21 침입 카드로 맞받아쳤다. 바윗덩이 같은 한 수가 투하되면서 호수에 파문(波紋)이 번져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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