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 MONEY] "1억원까지 즉시 대출"

서울 연건동의 직장인 신모(34)씨는 얼마 전 주거래 은행인 A은행 지점 직원으로부터 "신용대출 한도가 1억원으로 높아졌다"는 전화를 받았다. 지난해 초 5000만원이던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3000만원으로 줄였던 은행이다. 며칠 후엔 B은행에서 "5000만~1억원까지 즉시 신용대출이 가능하다"는 문자 메시지가 왔다. 심지어 C은행 지점에서 일하는 친구로부터 "필요한 만큼 빌릴 수 있으니 신용대출이 필요하면 이야기하라"는 권유도 받았다.

시중은행들이 직장인 신용대출시장을 놓고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상당수 시중은행들은 지난해 최대 5000만원 혹은 연봉의 2분의 1 수준으로 묶여 있던 신용대출 한도를 최고 1억원까지 높였다. 일부 협동조합 은행은 "최대 2억원까지 대출해주겠다"는 문자메시지 영업도 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은 지난달부터 만기를 맞은 우량 직장인들의 마이너스 통장 계약을 금리를 낮춰주면서까지 연장해주고 있다. 은행권의 개인 신용대출은 올 들어 한 달여 만에 4000억원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은행들이 갑자기 직장인 신용 대출을 늘리는 까닭은 다른 대출의 수익성이 부진한 가운데 그나마 좋은 수익률을 내고 있기 때문. 2006년 이후 은행들의 주수입원이었던 주택담보대출과 중소기업대출은 금리 하락과 부동산 시장 침체, 연체율 상승 등으로 부진을 겪고 있지만, 직장인 신용대출은 수요도 꾸준하고 무엇보다 금리인하 폭이 작아 마진이 높게 유지되고 있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강력한 주택담보대출 규제 때문에 신용대출 수요가 늘어나는 '풍선 효과'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신용대출 금리는 은행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연 6~12% 사이이다. 최고 연 40%대 후반까지 금리가 치솟는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 신용대출보다 훨씬 싸다. 하지만 신용등급이 전체 10등급 가운데 최소 6등급 이상이 되어야 대출이 가능하다.

또 대출자 개인의 신용등급 못지않게 다니는 회사의 신용상황에 따라 대출 금리가 달라진다.

은행들이 잘 빌려준다고 무턱대고 신용대출을 받는 것은 위험하다. 신용대출은 항상 자신의 상환능력 내에서 내야 한다. 자기 연봉의 30~50%를 넘는 신용대출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재테크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신용대출은 이자 납입을 한두 번만 연체해도 신용등급이 뚝 떨어질 수 있다.

일부 은행들은 높은 한도의 신용 대출을 미끼로 '월급 통장을 우리 은행으로 옮겨라', '우리 은행의 신용카드를 쓰라'는 등 부당한 요구를 하기도 한다. 이런 식의 불법 영업을 하는 은행은 금융감독원 민원센터(국번없이 1332번)로 신고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