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 MONEY] "코픽스 금리로 갈아탈까" 주택대출자들 고민

"CD(양도성예금증서)에서 코픽스(Cofix·키워드)로 갈아타야 하나요?"

요즘 주택담보대출 고객들의 고민 중 하나다. 지난주부터 CD금리 대신 코픽스 금리를 기준으로 삼는 새로운 형태의 주택담보대출 상품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은행 가계대출 상담 창구와 인터넷 재테크 게시판 등에는 코픽스로 갈아타야 하느냐는 문의가 많다.

코픽스 출시 전에 CD금리로 돈을 빌린 대출자들은 향후 6개월간 중도상환수수료를 내지 않고 CD에서 코픽스로 갈아탈 수 있다. 코픽스 대출은 소비자들의 이자 부담을 크게 줄여주는 '도깨비 방망이' 같은 상품일까?

현재 코픽스 연동 대출상품을 판매하는 곳은 기업은행과 SC제일은행 등 2곳이다. 다음 달엔 거의 전 은행이 관련 상품을 취급할 계획이다. 고객들의 관심은 커지고 있지만 실제로 코픽스를 선택하는 경우는 아직 많지 않다. SC제일은행은 3영업일간 약 130명이 코픽스로 갈아탔고, 기업은행은 10여명(19일 하루) 정도다. 강우신 기업은행 강남PB센터장은 "새로 나온 코픽스가 마치 획기적인 저금리 대출인 양 환상을 갖는 사람들이 있다"며 "코픽스는 금리를 파격적으로 낮춘 상품이라기보다는 금리 민감도를 줄인 안정적인 대출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코픽스의 장점은 장기금리에 연동되어서 안정적이고, 변동주기도 최장 12개월이어서 변동성이 크지 않다는 데 있다는 것이다. 코픽스 연동 대출 금리는 CD 연동 대출과 비교하면 금리차가 거의 없는 경우도 있다. 22일 SC제일은행에서 신규 대출 상담을 받은 회사원 김모(38)씨는 "코픽스는 금리가 많이 쌀 줄 알았는데 은행에 물어보니 내 경우엔 코픽스와 CD 금리가 둘 다 연 5.24%라고 해서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미국·중국 등 세계 각국이 출구 전략을 가시화하고 있어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따라서 금리 등락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CD보다는 '무겁게' 움직이는 코픽스가 유리하다. CD 연동 대출은 금리 인상을 즉각 반영해 대출 금리도 올라가지만, 코픽스는 천천히 움직이기 때문에 금리 상승 영향을 바로 받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신규 취급액보다 잔액을 기준으로 하는 코픽스는 변동성이 더 작기 때문에 금리 상승기에 더 유리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강 센터장은 "금리 상승기에 주택대출을 받는다면 코픽스 잔액 기준 12개월 변동으로 설계하는 것이 최적의 조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는 금리가 오른다고 해도 내년에는 다시 내려갈 수도 있다. 금리가 하락할 때는 거꾸로 CD 대출이 하락분을 바로 반영하기 때문에 코픽스 대출은 불리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코픽스 갈아타기는 향후 금리 움직임 등 여러 요건을 감안해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충고한다. 그렇다고 해도 2008년 이후 CD 연동 대출을 받았고 가산금리가 3%포인트로 높은 소비자는 적극적으로 코픽스 갈아타기를 고려해 볼만하다. 낮은 가산금리로 빌린 대출자들은 이미 좋은 조건으로 은행 돈을 쓰고 있기 때문에 굳이 갈아탈 필요가 없다.

신규 대출자의 경우엔 코픽스와 CD 외에 따져봐야 할 변수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주택금융공사의 고정금리형 대출인 보금자리론이 그것이다. 현재 보금자리론은 금리가 연 5.9~6.35% 수준인데, 하반기엔 0.2~0.3%포인트 금리가 더 낮아질 예정이다.

☞ 코픽스(COFIX)

국내 은행들의 자금조달 비용을 반영해 새로 만든 대출 금리. 자금조달비용지수(Cost of Funds Index)의 영문 약자다. 은행들은 코픽스 금리에 은행별 가산금리를 더해 주택담보대출금리를 결정한다. 종류는 잔액기준과 신규취급액기준 등 두 가지다. 은행연합회가 매달 15일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