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흑 失點

〈제3보〉(46~63)=이창호는 새해 벽두 연구생에게 패배, 또 한 번 바둑계를 '들었다 놓았다'. 그것도 흑으로, 단 96수 만의 불계패였다. 대마가 잡힌 것도 아닌데 왜 돌을 거뒀을까. 한 중견 프로는 "미세하지만 뒤집기는 어려운 바둑이었다. 이기려면 상대 실수가 나와야 하는데, 그런 승리는 명예롭지 못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했다. 바둑계 최고의 '뉴스메이커'이자 타고난 승부사인 이창호는 이처럼 담백한 성정(性情)도 지녔다.

46 붙임에 48로 젖히는 반발수는 없을까. 참고1도 9까지를 말하는데, 이 변화는 실전보 '가'로 붙여오는 축머리를 이용당해 좋지 않다. 그래서 47, 49였지만 이 49가 비평대에 올랐다. 속수(俗手)이긴 해도 참고2도 1로 몬 뒤 5까지가 실전적이었다는 것. 50, 52를 선수로 당하고 61까지 밀려선 누가 봐도 흑의 불만이다.

62까지를 보면 백은 막강한 흑세에 뛰어들어 흑보다 더 위력적인 자세를 갖췄고, 우변은 우변대로 챙겼다. 그 사이 흑은 우상귀에 최대한 쪼그라들었으니 한 펀치 맞고 휘청하는 장면. 퍄오가 잔뜩 찡그린 표정으로 63에 들여다본다. 물론 절대 선수의 곳. 백은 정직하게 이어줄까, 아니면 다른 반발 수단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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