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에 막힌 '돌부처'

중국 톱스타 쿵제(孔杰)가 새로운 세계바둑황제로 등극했다. 24일 한국기원 바둑TV 스튜디오서 벌어진 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조선일보사 주최) 결승 3번기 2국서 쿵제(28) 九단이 이창호(35) 九단에게 308수 만에 흑 1집 반 승, 2대0으로 완봉승하며 2억 5000만 원 우승상금의 주인이 됐다.

한 중 양국 톱 랭커끼리 격돌, '세계 통합챔프전'으로 불린 이번 대회 우승으로 쿵제는 삼성화재배와 TV아시아선수권 포함 현역 세계 3관왕으로 발돋움하게 됐다. 세계 다관왕 부문은 이창호(2004년)와 구리(2009년)가 한 차례씩 5관왕까지 올랐고 이세돌은 2008년 4관왕이 개인 최고 기록이다.

쿵제는 이번 LG배서 우승하기까지 깊은 수읽기와 배짱, 침착함을 두루 보여줘 세계 최강 중 1명임을 입증했다. 쿵제가 기록 중인 세계기전 13연승 행진에 언제 제동이 걸릴지도 관심사로 등장했다.

한편 이창호는 이날로 세계대회 결승전 5연속 실패를 맛보았다. 마이너대회인 제3회 중환배(2007년)를 뺄 경우엔 최근 5년 간 9연속 준우승을 기록하게 됐다. 세계대회 최다우승(비공식 2회 포함 23회) 기록 보유자답게 결승엔 꾸준히 오르지만 마지막 고비에서 무너지는 징크스가 이번에도 반복됐다.

이로써 국가별 세계 타이틀 수는 중국 5, 한국 4개의 기존 판도를 그대로 유지하게 됐다. 쿵제는 이번 LG배에서 공교롭게도 한국 기사들만을 상대해 5명에게 6전 전승을 거두고 우승했다. 역대 LG배 국가별 우승횟수는 한국 7회, 중국 4회, 일본 2회, 대만 1회. 시상식은 26일 조선일보사 접견실에서 거행된다.

▲우승자 쿵제 소감=시간 사용법에 좀 문제가 있었는데 이를 개선한 것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진 것 같다. 내가 세계 1인자라는 평가는 아직 과분하다. 이창호 이세돌 구리 등이 나보다 훨씬 더 많은 우승을 했다. 3명 모두 여전히 어려운 상대다. 이창호 九단의 연속 준우승은 역시 나이 탓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