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부천] '부천의 얼굴' 100명을 사진으로 만난다

부천 유일의 대장간을 운영하고 있는 대장장이 어인선, 김치명인 1호인 김순자 한성김치 대표, 장말도당굿 할아버지 장현수, 소신여객 최고참 버스기사 조덕기, 양복점을 운영하는 양복기능사 조형희, 80평생 활을 만들고 있는 중요무형문화재 47호 궁시장 김박영, 철로에서 어린이를 구해낸 아름다운 철도원 김행균 전 역곡역장, 부천에서 시작해 전국에 체인점을 갖고 있는 조마루감자탕 김을녀 대표, 김원준 부천족보도서관장….

짧게는 20년 길게는 50년 넘게 부천에서 살며 각자 여러 분야에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이처럼 서로 다른 분야에서 한평생 외길 인생을 걷고 있는 부천의 인물 100여명을 소개하는 '부천의 얼굴' 사진전이 3월 5일부터 10일까지 부천시청 1층 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전시회에는 각 인물의 활동상을 담은 사진들이 주로 전시된다.

이번 사진전은 1986년 부천에 정착한 뒤 1990년부터 부천의 모든 것을 카메라에 담아온 사진작가 김창호씨가 마련한 것이다. 김씨는 지난 20년간 부천을 누비면서 자신이 만났던 기억에 남는 인물들을 선정했다. 때로는 아는 사람들로부터 소개를 받기도 했다.

전시회에 소개되는 인물들은 부천의 정치·경제·문화예술·종교·교육·의료·언론·시민단체 등 각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을 해오고 있다. 오정구 삼정동에 있는 대한항공 정비공장에 근무하는 엔진정비 경력 36년의 김용기 명장, 16세 여고생 시절에 최연소 국가대표로 세계프로바둑대회에 출전한 김은선 여류기사, 세종병원의 심장내과 명의인 황흥곤 박사, 복사골연예인봉사단을 운영하는 코미디언 김도문씨 등도 소개된다. 농부, 집배원, 미용사, 시장상인 등 다양한 직업에서 평생을 묵묵히 일해온 평범한 우리 이웃사람들의 낯익은 얼굴도 볼 수 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 홍건표 부천시장 등도 소개된다.

사진전을 준비하는 김씨는 100여명을 만나기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고 했다.

"인물들을 섭외하기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처음에 전화로 취지를 설명하면 몇몇 분들은 장사꾼으로 오해를 하더군요. 사진을 찍은 뒤 이것을 팔아먹으려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나 봅니다. 몇몇 분들을 자격이 안 된다면서 한사코 사양하기도 했지요. 3년간 공을 들였지만 결국 카메라에 담지 못한 인물도 있습니다."

김씨는 이번 사진전을 준비하기까지 재미나는 에피소드도 많다고 했다.

"부천의 대표적인 양복점을 운영하시는 분을 설득시키기 위해서 결국 제가 그 집에서 양복을 한벌 맞췄습니다. 마침내 그 분이 마음을 열고 사진 촬영을 수락하더군요. 심장병 수술 집도 과정을 찍기 위해 난생 처음으로 카메라를 들고 수술실에 들어가 보기도 했습니다."

김씨는 지난 2000년부터 '부천의 얼굴'이라는 주제로 부천의 풍경이나 변화된 모습, 사건 사고, 스포츠, 문화행사 등 매년 주제를 달리하며 기록 사진전을 열어왔다. 올해가 열번째로 특별히 부천의 인물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부천의 얼굴은 시민이라고 생각합니다. 알게 모르게 각자의 영역에서 활동하시는 훌륭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시민들과 학생들이 열심히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에서 많은 교훈과 용기를 얻었으면 합니다."

김씨는 시청에서 전시회를 가진 후 시민들이 많이 찾는 부천역이나 각 구청에서도 추가로 전시회를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