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LG배 세계기왕전] 은근한 수

〈제4보〉(63~81)=이 바둑 전까지 둘 간의 상대전적을 들여다보면 다소 뜻밖이다. 모두 세 판을 둬 퍄오가 2승 1패로 앞선 것. 2006년 제11회 삼성화재배 8강전서 이창호가 이겼지만 4회 도요타덴소배 16강전(2008년)과 1회 비씨카드배 16강전(2009년)에선 퍄오가 연승했다. 천하의 이창호로서도 퍄오는 뭔가 껄끄럽고 거북한 기풍의 소유자인 모양이다.

63은 평범하지만 타이밍이 기막혔다. 그냥 이어주는 것은 훗날 흑64의 내려 빠짐이 강력한 공격 수단이 되므로 64. 그 교환 덕분에 흑은 65,67의 정비가 가능했다. 63 없이 65였다면 백은 '가', 흑 '나' 때 '다'로 끊어가게 된다. 흑도 65로 '라'에 절단하는 것은 참고1도에서 보듯 무리.

68도 이창호답게 은근한 한 수였다. 반상(盤上) 최대인 75자리가 탐나지만, 참고2도 6까지 선수당하면 흑의 외곽이 너무 두터워진다. 흑이 69 선수 활용 후 대망의 71을 차지한 뒤 80까지는 쌍방 '미결지 정비 기간'. 다만 80으론 백 '마', 흑 '바', 백 '사'로 중원에 힘을 비축하는 전략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백이 주도권을 쥔 형세란 중론 속에서 퍄오가 81로 붙여 변화를 모색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