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 MONEY] 외국인들 한국 주식 샀다

작년 아시아 주요 신흥국에서 증시 급등을 주도했던 외국인들이 올 들어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지만, 한국에서는 꾸준히 주식을 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이 올 들어 이달 23일까지 한국·대만·인도·인도네시아·필리핀·태국 등 6개 아시아 신흥국 증시에서의 외국인 매매 현황을 조사한 결과,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에서 1조2000억원을 순매수(매수에서 매도를 뺀 것)해 6개국 가운데 가장 많이 주식을 사들였다. 필리핀 증시에서는 1550억원가량을 순매수했지만, 대만에서는 2조6166억원어치 주식을 내다팔았고, 인도와 태국 증시에서도 매도 우위를 보였다.

삼성증권 박승진 연구원은 "우리나라 대표 상장사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데다, 안정적인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상대적으로 부각되면서 아시아 국가 중 한국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작년(32조원)과 같은 대규모 외국인 순매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임동민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들이 다른 국가에 비해 한국 주식을 덜 파는 수준의 상황"이라며 "올 상반기까지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위험자산 회피 현상이 지속되면서 외국인 매도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외국인들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6일 연속 순매수세를 보였지만, 24일에는 한국 기업들의 주요 수출 시장인 미국에서 2월 소비자신뢰지수가 10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나오자 2000억원가량 순매도세를 보였다.

오성진 현대증권 투자컨설팅센터장은 "올해 중국·미국 등 글로벌 환율 전쟁으로 환율 변동성이 커지고 달러 캐리 트레이드(저금리의 달러 자산을 빌려 다른 나라에 투자하는 것) 자금의 유출입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외국인 순매수 강도가 작년보다는 약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는 6월 국내 증시가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국 지수에 편입될 경우 외국인 순유입액은 11조4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나 작년 외국인 순매수 규모의 절반 수준에 미친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