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 시네마 리뷰] 영화 '평행이론'

'이론 전달'과 '새로운 시도'에 급급 … 짜임새 있는 구성 아쉬워

　 서로 다른 시대의 두 사람이 일정한 시간차이를 두고 같은 운명을 반복해 살아간다는 규칙 '평행이론'. 이 평행이론에 휘말린 남자, 김석현(지진희)이 있다

최연소 부장판사로 출세가도를 달리던 그는 승진 축하파티를 하던 날, "네 가족을 갈기갈기 찢어죽이겠다"는 협박전화를 받는다. 며칠 뒤 석현의 아내(윤세아)가 잔인하게 살해되고, 의문의 협박전화가 계속되면서 그의 삶은 순식간에 엉망이 된다. 석현은 살인의 배후를 찾던 중 30년 전 자신과 똑같은 삶을 살았던 남자가 있었음을 알게 된다.

영화는 관객들에게 '평행이론'을 보여주기 위해 끝없이 노력한다. 링컨과 케네디의 삶을 교차로 보여주는 오프닝부터 그 의도를 명확히 했다. 이어 평행이론이 존재함을 주장하는 노교수(오현경)의 등장, 그리고 결국 운명대로 이루어진 그의 죽음까지 평행이론에 관한 여러 사건을 잇달아 보여준다. 그러나 이 이론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영화의 의도가 뜻대로 관객에게 전달됐는지는 의문이다.

잘 짜여진 얼개를 갖추지 못한 이 영화는 연속적으로 사건을 터뜨리는데 급급하다. 주인공들의 감정의 흐름에 따라가면서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이 이론을 받아들이는데는 한계가 따른다. 또 석현의 뒤를 쫓아다니며 30년 전 살해당한 최연소 부장판사 한상준의 이야기를 각인시키는 기자(오지은)의 정체도 의문이다. 관객들은 그녀가 어떠한 이유로 과거 한상준의 사건을 파헤치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알 수 없다. '왜 그렇지?' 라며 적극적으로 의구심을 갖는 것이 미스터리 영화의 제 맛인데, 관객은 영화가 얕게 설정해 놓은 인물 설정에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수밖에 없다.

이처럼 '평행이론'은 러닝타임 내내 이론의 성립을 보여주기 위해 급급했음을 느낄 수 있다. '이론의 전달'과 '새로운 시도'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다 짜임새 있는 구성을 놓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물론 흥미로웠던 점도 있다. 무엇보다 다른 시대의 두 사람이 같은 운명을 반복한다는 독특한 소재가 신선하다. 예고편만으로도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시키기에 충분하다.

또 '추격자'에서 살인마의 모습을 보여줬던 하정우가 장발에 교정기를 낀 살인자로 다시 등장해 또 다른 즐거움을 안겨준다.

한가지 알아두어야 할 점은 이 영화가 간혹 장르가 의심될 정도로 공포스럽다는 것이다. 공포영화에나 나올 법한 장면 또는 과도한 음향의 사용은 오히려 어색해보인다.

< 양정연ㆍ청룡시네마 명예기자>